밤새 빈방과 어울린다. 어울려 논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막연히 울던 시절이 확실히 좋았다. 배탈이 난 것처럼 앓는 소리로 자주 웃던 그 사람은 진작 무덤 안으로 들어갔으니 그날들이 좋았던 줄도 모를 것이다.
옆방에는 어제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한다. 기억을 간신히 재워둔 방이다. 비가 어둠을 휘저으면 겁 많은 기억 덩어리는 밤새 용서 비느라 잠 못 드는 데 걱정이다. 기억에게 기억을 잊으라고 권할 수 없다는 게 늘 마음 아프다. 그래도 눈물은 한 방울도 안 떨어진다. 기억에게 다른 기억을 읽어주는 낭랑한 목소리, 당신의 가짜 목소리가 옆방에서 들리지만 그뿐이다. 기억은 곧 당신에게 다시 사과를 할 테지. 자신이 뭘 잘못한 줄도 모르고. 남겨진 것은 탓할 것이 자신 밖에 남아 있지 않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