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20170320 (월)

내일 시험을 포기하자마자 죽은 식욕이 살아났다. 식욕 부활 기념으로 뼈 없는 닭발과 목살 소금구이를 먹었다. 전에 없이 즐겁고 맛있었다. 싫은 일은 싫은 대로 쓸모가 있어. 그리고 사실, 시험 공부가 진정 하기 싫어서 트위터 휴면을 풀었다고 한다.


20170320 (월)

어제 새벽에 자려고 누웠는데 냉장고 문이 츠악 하고 열렸다. 뭐지? 하며 닫고 누웠는데 또 츠악 하고 열렸다. 조금 무서웠다. 냉장고 노란 불빛을 맞으며 쪼그려 앉아 안을 살폈다. 반찬통에 옮겨 담지 않은 김치 봉투가 당장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었다. 냉장고 청소를 해야 한다. 정리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지. 그래서 심호흡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번뜩 들었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가 없을 텐데? 냉장고 청소는 내일 해야겠네. 크크크크큭. 이러면서 찬장 열었는데 음식물 쓰레기 봉투 진짜 많이 있음.


20170321 (화)

이 새벽에 콧노래 부르면서 우럭지리탕 끓어 먹는데 목구멍에 가시 하나가 몸을 세우는 느낌이 딱 왔다. 그 순간 진짜 쎄게 기침하고 따뜻한 물로 가글가글 했다. (생선 가시 엄청 무서워함) 그런데 목구멍이 계속 불편하다. 가시 탓이냐 기침 탓이냐.


20170321 (화)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듣다가 고교시절 은사님(윤갑상 선생님)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가만히 계시지 않으리라 생각되어 대뜸 성함을 검색. 2008년 전교조 충남지부장 당선, 전교조 시국선언으로 법정 싸움, 그리고 해임 취소.


20170321 (화)

나는 입학하자마자 벌어진 대학 첫 잔디밭 술자리에서 정태춘·박은옥의 <인사동>을 노래했지.


20170322 (수)

또 방 불을 켜고 잤다. 몇 분쯤 모자란 새벽 네 시에 깨고 나니 난감하다. 오랜만에 의욕이 넘쳐서 기분 좋은데 아침밥 먹고 나면 다 휘발될 거라는 걸 뻔히 안다.


20170322 (수)

포켓몬 고 너무 좋다. 그런데 포켓몬을 잡던 여러 날 동안 거리가 사람들이 기억에 없다. 망나뇽을 처음 잡은 곳으로 기억되는 작은 못을 지나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매화가 피어 있었다. 그제야 쓸쓸했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싶었다.


20170322 (수)

엄마표 택배가 왔다. 뼈다귀 해장국, 배추김치, 마늘장아찌, 무말랭이, 만두소, 뱅어포, 조선간장, 사과, 바나나, 마, 곶감, 뻥튀기, 초코바, 제리뽀.


20170324 (금)

오늘의 저녁 간식은 흑석동 <배드봉구스> 햄버거 가게의 <먹어보고 말해 봉구버거 세트>. 다음에는 <치킨이 착한 치킨버거>도 먹어봐야지. 이제 맥도날드는 그만 갈 듯.


20170324 (금)

어제 저녁에서 오늘 저녁 사이에 연구실 의자가 교체됐다. (구)의자는 등받이가 높고 뒤로 잘 제쳐져서 낮잠 자기 참 좋았다. 그런데 (신)의자 등받이는 흉추까지만 기댈 수 있다. 그럼 내 완전 소중 경추는? 낮잠 인큐베이터를 다시 돌려주세요. (iㅁi)


20170325 (토)

엄마표 뻥튀기를 먹으면서 tvN 《내일 그대와》 시청 중. 마이리츠 김용진(백현진) 상무가 형사한테 잡혔다. 김용진 상무, 진짜 열심히 살았거든? 괴롭히지 마. 백현진이 부릅니다, <눈물 닦은 눈물>.


20170325 (토)

니코틴 원액을 살 방법이 정말 없는 것인가. 전자 담배 가게 사업자등록까지 알아보고 있다. 니코틴 원액 앞에 “사람 죽이는” 따위의 꾸밈말을 붙이는 기자나 관세청 사람은 ‘사람 죽게 한 적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평생 공포를 느끼며 살기를 바란다.


20170325 (토)

캐논코리아에서 상반기 신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풀프레임 DSLR은 800D와 77D를, 미러리스는 M6를 출시했다. (M5와 마찬가지로) M6에도 듀얼 픽셀 AF가 쓰였다고 해서 새 카메라앓이 발동이 걸렸다. (좀 전에 결제 페이지까지 관광 다녀옴)


20170325 (토)

아, 그만 자야지. 내일도 할 일이 없지만 해 뜨고 자려면 눈이 많이 부시거든요.


20170325 (토)

일 년 만에 들른 <대박 횟집>은 다 달라져 있었다. 반쯤 누워 웃고 떠들던 허름한 방도 사라졌다. 우리는 여전했다. 그게 위안이 됐다.


20170325 (토)

내일도 계획이 없지만 오늘은 즐겁다. 웃음을 참지 말아야지. 내가 아기일 때 엄마가 나의 미래를 보듬은 게 아니듯 그렇게 오늘을 돌봐야지. 다들 나처럼 대단치 않은 낮과 밤이 수천, 그 속에 자개처럼 박혀 반짝거리는 순간도 수천.


20170326 (일)

오늘따라 커트 시간이 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헤어디자이너 쌤과 한 시간 십 분 동안 수다를 떨었고 그동안 머리카락은 계속 잘려나갔다. 머리를 말리고서야 잘못됐다는 걸 눈치챘다. 보름은 길러야 이 지독한 귀여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다.


20170326 (일)

타임라인이 느긋하게 흘러서 팔로잉을 늘리려 했지만 여러 날 한 계정도 추가하지 못했다. 친구 하자고 잔망 떨며 다가서다가 뜬금없이 “어? 여기 우리 반이 아니잖아?” 이러고 가버리면 상대방이 신경 쓸 거 같아서. 다들 아닌 듯 보이지만 그래도 혹시.


20170326 (일)

새벽이면, 물 한 잔 권하듯 우리 같이 죽을래 묻던 너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나는 오늘 새벽에도 어제 새벽에도 그제 새벽에도 죽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날은 거절했다. 네가 죽고 싶어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동반 자살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20170329 (수)

최근에는 “인간, 뭘까?”라는 혼잣말을 많이 한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너무 많다. 물론 아무도 내 이해 따위를 구한 적 없지만.


20170330 (목)

양재역 부근 한의원을 찾았다. 대기실에서 문진표를 받았다. 십여 가지 항목 가운데 이런 물음이 있었다. 위와 같은 불편을 평생 겪어야 한다면 어떤 기분이겠습니까? 나는 ‘5번, 끔찍하다.’에 표시했다. 내 불안이 이용 당하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20170331 (금)

어? 3월24일 이전 트윗이 왜 다 삭제된 거지?


20170331 (금)

포털 사이트에서 크롤링도 안 하는, 나의 무익한 블로그에 자꾸 광고댓글이 달린다. 워드프레스도 어쩔 수 없나요. 그래도 자고 일어나면 광고댓글이 수백 개씩 달려있던 티스토리에 비하면….


20170331 (금)

여섯 살 어린이의 담대함을 본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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