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이날 동물원을 방문한 최강희는 여러 동물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최강희는 털 있는 동물은 전부 좋아한다고 밝혔다.” ― 털 있는 동물로서 정말 훈훈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녀의 사랑이라면 네 발로 걷고 세 발로 거리에 소변을 보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그래도 짖거나 꼬리 치진 않겠다. 귀찮으니까. 내 사랑은 여기까지다. (기사 바로가기)
말 가면
ㅇ씨가 말 가면을 가져왔다. ㅇ씨는 교보문고 종이봉투에서 말 가면을 조심스럽게 꺼내며 들릴 수 없는 비명을 질렀다. 제발, 즐거워해 줘, 라고(분명 들었다). 나는 다소 멍청해 보이는 가면을 양손에 들고 부재중인 말의 몸통을 허공에 그렸다. 수백 킬로그램의 근육을 모두 뒤덮을 듯한 짙은 갈색 갈기를. 난 문득, 적장(敵將)의 수급(首級)을 천천히 들여다보던 임금도 죽음으로 굳어버린 어떤 기백에는 몸서리를 쳤을 거라고 확신했다. 말 머리는 갈색 실리콘답지 않게 어떤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일으킨 먼지를 책임감 있게 들이켰을 콧구멍이 도드라졌다. 말의 표정은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달리는 거야, 내가 너의 얼굴이 네가 나의 몸이 되어서. 나는 거부할 수 없었다. 순식간에 나는 (정서적으로) 말이 되고 말았다. 많이 들뜬 나는(우리는) 돌아가며 탈을 쓰고 대학원 건물 로비를 달렸다. 사람들을 등에 태우고 달리다가 힘들 땐 지나는 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는 습한 방에서 말 가면을 쓰고 벌거벗은 채 스태들러 노리스 연필을 쥐고 소설을 써 내려가는 상상을 했다. 말 근육도 마련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 알파카 가면이라면 근육 같은 것도 필요 없겠다. (싸이월드 일촌님들은 사진첩 ‘모군의 마굿간’ 폴더에서 사진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택시
12월 10일 화요일. 비가 내렸다. 머리에 난 상처에 빗물이 닿으면 안 된다는 ㅇ씨 때문에 택시를 잡아탔다. 목적지까지 거리는 고작 삼백 미터 남짓, 기본료도 아까운 거리였다. 나는 기본요금 천구백 원이 찍힌 미터기를 보면서 요금제도의 부조리를 곱씹었다. 하지만 내 손으로 세운 택시였으므로 천 원권 두 장을 건넸었다. 택시 기사는 백 원짜리 동전 한 개를 돌려주지 않았다. 나는 ‘이런 나쁜 사람. 고작 백 원 때문에 어금니 꽉 깨물고 당장이라도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재빨리 달아날 준비를 하는구나. 인생 말년에 백 원 동전 하나도 이리 귀하게 여기다니. 본받아야 할 덕목이다’라고 욕을 했다. 문을 열었다. 내렸다. 택시가 떠났다. 개운치 않았다. 나는 택시의 뒤꽁무니를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침묵으로 이겼고 나는 침묵으로 졌다. 비는 그사이 그쳤는지 아주 새카만 하늘만 두 눈에 가득 들어왔다. 그리고 이런 소심한 일기를 쓴 뒤, 무위도식하는 백수가 (비록 부도덕하지만) 성실한 택시 기사님에게 욕을 했다는 사실로 인해 한 번 더 패배감을 맛본다.
크리스마스
쎈 혜성이 온다. 정말 빠른 속도라는데 좀 더 노력해 주면 좋겠다. 이래서야 제 때 충돌할 수 있겠어?
이명박
응? 나? 나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