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16시 22분에 갈산이웃 현씨가 카카오톡에서 말을 걸어왔다. 마지막으로 연락한 건 2년 전쯤이었다. 프로필 이미지 속의 그녀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결혼식은 두어 달 후인 9월 1일 13시.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한때 내 연인이었다.
나흘전 6시 17분에 소돔 여씨가 보낸 멀티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잘 있니? 어찌 지내나 궁금해. 나쁜 소식은 없지?” 이 메시지 끄트머리에는 직접 가꾼 화단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드문드문 붉은 잎이 보였지만 무슨 꽃인지는 알아볼 수 없었다. 나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지쳐버렸다. 짧은 문자메시지로 알리기엔 나쁜 소식이 셀 수 없다.
이틀전 10시 14분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외숙모였다. 잠결이었음에도 이 전화를 받으면 뭔갈 부탁 받고 곤란해지리라는 걸 빤히 알았다. 그동안 기분 좋은 연락은 없었다. 외삼촌의 연락도 마찬가지다. 나는 전화기를 멀찍이 치워두고 다시 잠을 청했다.
…내게 가장 쓸모 없는 것은 휴대전화기다. 이달에도 무료통화(값을 다 치룬 통화량이 왜 무료통화인지 모르겠지만)를 통신사에 고스란히 반납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