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하늘 밑에 앉아 있다. 바람은 거리낌 없이 지구를 굴리고 지나간다. 어제 한 갑 얻은 면세 담배는 벌써 바닥을 보인다. 정신이 들 때마다 미지근한 탄산수를 한 모금씩 들이킨다. 나는 줄곧 어느 멋진 날들을 회상하고 있다. 빠른 맥박을 세며 당신을 기다리는, 진짜 자랑스러운 일을 매일매일 했던 그날들을. 그러나 소용돌이치는 시간 속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건 언제고 기억뿐이다. 만에 하나 당신이 과거로부터 퉁퉁 불은 채 떠오르면, 허리를 굽히고 두 팔을 뻗어 당신을 시간 속으로 밀어 처넣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참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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