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담배 피우시죠?”

미용실 인턴이 내 젖은 머리카락을 탈탈 털면서 물었다. 나는 담배를 곧 끊을 생각이며 조만간 장승배기역 근처의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금연서약을 할지도 모른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6개월 동안 금연하면 스케일링을 무료로 해준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용실 인턴은 드라이어를 집어들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금연 패치랑 사탕으로는 어려우실 거에요. 담배를 진짜 끊는 사람들을 보면 다 계기가 있더라고요. 갑자기 숨을 못 쉰다거나 가슴이 아프다거나….”

나는 웃으며 대꾸했다.

“그땐 이미 늦은 거 아니에요?”

미용실 인턴도 웃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마음먹을 때, 아무 때나 끊을 수 있어요.”

그래서라고? 나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왜요?”

“저한테는 천식이 있거든요.”

“아… 네….”

나는 이 말 같지 않은 말을 듣고 이해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파편, 2020년 03월

20200303 (화) 조카3호 인스타그램이 추천계정으로 떴다. 신입중딩그램이 궁금해서 들어가 보니 사진이 없다. 뉴비라서 친구가 열 명도 안 되길래…

터무니없이 평범한 불감의 인간

당신은 어떤 공간의 A 지점에서부터 무한히 이동한다. 그 이동은 마찰 계수 0에 수렴하며 미끄러지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당신이…

가을의 고양이와 겨울의 공백

지난 가을, 고양이들이 마당을 떠났다. 나는 자주 계단에 앉아 고양이들을 기다렸다. 무화과 잎이 가지에 상처를 남기며 떨어지고 첫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