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오랜만이었다. 무작정 싸움부터 걸어오는 사람은 멸종된 줄 알았다. 그런데, 어제 발견했다.

귀갓길에 한 음식점에 들렀다가 출입구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뭘 보세요. 가던 길 그냥 가세요.”라고 빈정거렸다. 그는 고작해야 20대 중반으로 보였다. 그 옆에는 왜소한 체구의 남자 후배가 계속 실실거리고 있었다. 나는 꾹 참고 여기 볼 일이 있다고 대꾸했다. 그랬더니 “아, 예예. 볼 일 자알 보세요.”라고 다시 빈정거렸다.

포장한 음식의 값을 치를 때까지도 남자 후배는 말끝마다 “형님, 형님.”을 붙이며 실실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이따위 승리나 일평생 추억하며 살게 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이 알아듣게끔 이 말을 전하려면 우선 고막을 터뜨리거나 코뼈를 부러뜨려야 했다. 나는 별 도리 없이 사뿐사뿐 집에 갔다. 어느 한 시절을 조금 그리워하면서.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봄은 참 근면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흥얼거릴 봄 노래도 아직 떠올리지 못했는데 꽃은 또 열심히 왔구나. 우리도 뭐든 열심히 해야 할…

파편, 2021년 05월

20210501 (토) 요조와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들었다. 요조는 양희은, 조용필, 변진섭의 노래를 선곡했다. 마지막 곡은 영화 <시스터 액트 2(Sister…

몸의 장난

오독오도독. 새끼고양이 두 마리가 사료를 씹고 있다. 마당으로 나가서 몸에 손을 얹고 싶지만 관둔다. 나를 피해 달아나는 건…

나를 죽이는 것은 한파가 아닐 것이다

눈 뜨자마자 주전자에 물을 끓였다. KBS <아침뉴스타임>의 유지원 아나운서는 전국적인 한파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 생각엔 단지 햇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