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지난 주말, 익산에 다녀오기로 계획했었다. 하지만 삼일절 내내 사무실에 갇혀 프레젠테이션에 필요한 도표만 만들었다. 오후 5시 10분 용산발 열차에 예정대로 몸을 실었다면 나는 추억을 끌어안고 몇 개월쯤 물렁하게 살았을 것이다.

그날 전주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던 서군은 “결혼식날봐”라고 짧은 문자를 보내왔다. 코형은 술에 취해서 “이런 씨발 모군. 온다면서 왜 안 왔어? 졸라 기다리고 있었는데!”라는 말로 장황한 통화를 시작했다.

이 두 종류의 그리움 모두 뭉클했다. 그래도 나는 이왕이면, 그리우면 그립다 윽박지르고 욕하는 사람이 좋다. 되고 싶다. 부대끼는 속을 후련하게 뒤집어 보이고 싶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앵두의 여름

여름이 생각날 때 냉장고를 연다. 이 가을은, 그토록 기다리던 가을인데 한복판을 지나려니 돌아가고 싶다. 작은 병에 담긴 저…

난 지금 정말 좋아요

밤마다 전화를 한 통 받고 있어. 너머에서 외삼촌은 자꾸 어떤 여자를 만나보래. 설명대로라면 그 여자는 나를 만날 이유가…

엄마, 저 아저씨는 왜 저래?

오늘의 열차 차량-좌석 선택은 대실패다. 용산발 17시35분 새마을호 3호차 문이 열리는 순간, 망했다는 걸 확신했다. 역겨운 햄버거 냄새는…

어머니의 생신날

여기가 내 집이다. 담배 <켄트 클릭>을 입에 물고 집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나자 새삼 실감이 났다. 골목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