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커튼 자락 슬며시 쓸고 달아나는 봄바람 장난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낮잠에 든다. 얼마 만에 실눈 떠보니 입 맞추며 오래도록 같이 살고 싶었던 당신이 내 머리카락을 살살 쓸며 웃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봄바람의 짓궂은 장난. 봄이 서러운 건 지나간 우리 예쁜 장난들이 낮잠처럼 오고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짧게 떨어지는 꽃잎 앞에서 차마 울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파편, 2010년 10월

20101008 (금) 달은 다정하다. 어둠을 뿌리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20101008 (금) “과연 외계의 현실은 내가…

구조조정

어두운 그림자가 또 다녀갔다(그림자의 수식언으로 ‘어두운’ 만큼 쓸모없는 게 있을까 싶지만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평소 이곳을 열어볼 때마다…

당장 서글프면 나중엔 꼭 절망하지

단편소설 「5.4분」(가제)의 초고를 프린트 했다. 이번에도 글자 수만 넘치고 나머지는 모자란다. 제목부터 작품에 단단히 붙지 않는다. 처음엔 「거짓말」이라는…

적상추야, 적상추야

카모마일 재배는 완벽하게 실패했다. 두 번이나 파종을 했지만 푸른 기운은 흙이 날로 삼켰다. 수백 개의 씨앗이 묻힌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