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그림자가 또 다녀갔다(그림자의 수식언으로 ‘어두운’ 만큼 쓸모없는 게 있을까 싶지만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평소 이곳을 열어볼 때마다 성에가 잔뜩 낀 유리창에 밀착한 그림자의 눈알을, 내치핵처럼 불거져 나왔던 그림자의 시선을 나는 느낀다. 그 증거를 종종 줍기도 한다. 악의를 품은 사람의 소름 끼치는 배설물(욕설·비방·폭력)을 더는 다급히 치우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림자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온기는 없고 오직 악취뿐인 흔적에 코를 박고 쫓아갈 마음도 들지 않는다. 도대체 누가, 광장의 코인 로커에서 되찾은 가면으로 더없이 선한 사람 행세를 하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그 천한 윤리는 내 경험에 실재해선 안 된다.
일상(의 글)을 너무 오래 방치했다. 명백한 잘못이다. 타자에 대한 믿음으로 허약한 등을 내보인 건 스스로 짐승의 우리에 나를 내걸어둔 일이다. 우선 검색사이트를 통해 달려드는 지저분한 짐승을 걸러내야겠다. 내게 향할 폭력을 가만히 기다리지 말아야지.
구조조정을 해야겠다. 이상운 작가는 요설로 가득한 소설 『내 머릿속의 개들』(문학동네, 2006)에서 구조조정을 이렇게 정의한다. ― “구조조정은 사물의 좌표를 강제로 바꿈으로써 불안과 긴장을 조장하는 이념과 기술이야. 왜 그렇게 하느냐? 그래야 새로운 에너지를 쥐어짜 낼 수 있기 때문이지. 봐, 슬슬 지겨워지려 하다가 다들 정신이 번쩍 들었잖아.”(98쪽) ― 그래, 정신 좀 번쩍 들어라.
구조조정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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