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빙수가게 문을 미는 순간 오래전 약속이 떠올랐다.

다음에 여기 같이 오자.

나와 K,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 K는 아직 기억하고 있을까. 지키지 못한 약속은 매몰찬 시간 속에서 무엇으로 연명하다 더러 쓸쓸히 고개 드는 것일까. 저 오목한 숟가락 속 흐린 S가 마치 K인 듯 종알종알 말을 걸어왔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내일의 날씨

강물 밑에서 사람을 찾고 있다. 투신하기 전에 그도 일기예보를 확인했겠지. 포근한 날씨, 미세먼지 농도 보통, 북상 중인 비구름,…

나도 선생이라고…

졸업식만 남겨둔 아이들이 찾아왔다. 아이들이 모여 있다던 흑석동 원불교기념관 1층 뚜스뚜스(브런치카페)는 대놓고 뚜레쥬르 간판을 베낀 것 같았다. 하지만…

너는 맹추처럼

뒷방에 가만히 혼자 누워 어슬어슬한 너를 어루더듬는다. 너는 맹추처럼 자꾸 웃어준다. 다디달다. 어딘가에 있을 진짜 너에게 공연히 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