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20110801 (월)

“맥도날드, 한국 진출 24년 만에 대학 내 첫 매장” ― 중앙대점은 150개의 좌석이 갖춰져 있고 24시간 영업한다. (…) 당장은 매장 방문자에게만 판매하지만 조만간 배달 서비스도 개시한다. http://bit.ly/okDsOA


20110802 (화)

한 어플 개발자에게 보낸 이메일이 반송됐다. “받는 사람이 회원님의 메일을 수신차단 하였습니다.” 졸지에 나는 스패머가 되어버렸다. 구매한 어플의 지원이 중단된 지 수개월, 다만 작동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이었다. 그런데 내가 스패머라니….


20110802 (화)

새벽에 조카가 “삼촌, 뒤끝 있죠?”라고 물었다. 절대 아니라고 그게 무슨 소리냐고 누가 너더러 뭐라 그랬냐고 어떤 말도 믿어선 안 된다고 쫓아다니며 우겼다. 아침을 먹었으니 다시 말해야지. 삼촌은 ‘뒤끝’이 무언지 모른단다.


20110804 (목)

살살, 다시 책을 읽는다. 나를 망친 건 책이 아니지. (정유정, 『7년의 밤』)


20110808 (월)

안녕! 삼성서울병원.


20110809 (화)

당신이 좋아하는 것과 당신이 싫어하는 것, 세상은 이 두 가지로 나뉜다. 나의 몰취향을 비난하지 말아 주세요.


20110811 (목)

오늘로 나를 데려오자. 내일로 나를 데려가자.


20110813 (토)

곧 까무룩 잠들 것 같이 노쇠한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어깨가 아파서 병원에 왔어. 어깨가 아파서도 죽나? 얼른 죽었으면 좋겠어…. 사는 게 너무 귀찮아…. 응? 귀가 어두워서 잘 안 들려. 나 검사는 못 받아. 돈이 없어서. 만원밖에 못 가져와서….


20110817 (수)

안갯속이다. 잠시 갠 도시를 절망의 시퀀스로 연출할 줄 아는 안갯속이다. 모든 생채기는 혼자 보듬어야 한다.


20110817 (수)

나는 잔잔하게 걷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이오넬 파이닝거(Lyonel Charles Adrian Feininger)’의 <아르쾨유의 산보(Promenade in Arcueil)>에 등장하는 사람처럼.


20110817 (수)

무언가를 기억해야 하는 시간의 휴지기에도 나는 너만을 생각한다. 과거는 황소처럼 힘 세 보이지만 그 슬픈 짐승은 종종 고개 들어 소리 내 울 뿐 등짝을 아무리 때려도 쟁기는커녕 호미도 끌지 못한다.


20110818 (목)

저를 어찌 이리 잘 아시나요?


20110818 (목)

나는 어디까지 사소해질 수 있을까.


20110818 (목)

을지연습 연계 민방위 훈련 사이렌이 운다. 이십 분간이라니 세상이 잘 멈춰 섰는지 구경 나가봐야겠다. 사이렌아, 멈추지 말고 징징 울어라.


20110818 (목)

“아들아, 포대로 돈 줄 생각 말고 다발로 꾸준히 다오.” / “그만 끊을게요.” …어머니와의 통화시간 41초.


20110820 (토)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생면부지의 당신이 내 일그러진 몸을 핥아주고 있다. 당신의 온열팩 혀로, 당신의 저주파자극기 혀로, 당신의 적외선조사기 혀로.


20110824 (수)

오세훈이 다시 울면 어떻게 달래주나. 아니다. 버릇 더 나빠질라.


20110824 (수)

조금만 조금만 더 천천히 무너져라. 이젠 밤의 적막이 무섭다.


20110825 (목)

쓸모없는 것을 만들었을 때 그에 대한 유일한 변명은 그것을 지독하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 모든 예술은 정말 쓸모없는 것이다. ―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열린책들, 2010.


20110825 (목)

아프다. 아픔도 그리움의 태도다.


20110826 (금)

사랑이 제일 치사스럽다.


20110826 (금)

살아오면서 난 점점 더 비밀을 좋아하게 되었어. 그게 오늘날의 우리 삶을 신비스럽고 경이롭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아무리 흔해 빠진 것이라도 우리가 그것을 감추기만 한다면 즐거움을 줄 수 있어. ―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열린책들, 2010.


20110826 (금)

“대한민국 복지 방향에 대한 서울시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 결국 확인하지 못하고 아쉽게 투표함을 닫게 된 점, 매우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입니다.”라고? 오세훈, 너 정말 옹졸하구나. 이 정도로 변변찮은 줄은 몰랐다.


20110829 (월)

검은 넥타이를 단정하게 매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 장례식장에 간다. 그러고는 문상객들에게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다 죽었는지 묻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마음 한쪽으로 “그를 죽인 것은 두려움이었다.”라고 알은체 해줄 사람을 오래 기다리는 것이다.


20110829 (월)

세계가 또 한 번 눈을 감고 있다.


20110830 (화)

집을 나서다가 주변 풍경이 미묘하게 틀어졌다는 걸 직감했다. 집 쪽 골목으로 다시 올라가 보니 높은 곳엔 없고 낮은 곳엔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낮은 곳 대문마다 붙어 있는 동네 대형할인점의 추석선물세트 전단. 나는 소외계층이었어. 서럽다, 고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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