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도통 알 수 없는 얼굴이야, 라고 생각했다. 마주 서서 말을 주고받는 내내 하얀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지만 특징을 잡아낼 수 없었다. 쉴 틈 없이 모양을 바꾸고 조금씩 자리를 옮기는 눈-코-입. 눈을 깜빡일 때마다 사과 김의 일란성 자매들이 자리를 바꿔가며 나를 놀리는 것만 같았다. 양 팔목이 비틀리고도 일란성 자매들의 못된 장난을 계속할 수 있을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런 불안정한 심리를 알아챘는지 사과 김은 급작스럽게 작별인사를 했다. 심심하면 연락드릴게요. 연락은 오지 않았다. 연락하겠다던 그 사람은 이미 세상에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사과 김은 영원히 심심할 일이 없어 보였다. 이것이 그녀의 대표적이고 유일한 특징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2014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

강원일보 조수연 / 택배를 기다리는 동안 (작품 · 심사 · 소감) 경남신문 김태선 / 랩타임 (작품 · 심사 · 소감) 경상일보 황혜련 /…

파편, 2018년 05월

20180509 (수)  새가 재잘댈 때까지 또 잠들지 못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게 자꾸 시간을 거슬러 넘어왔다. 대체로 무례함과…

여름으로부터 겨울

여름 내내 문을 닫지 않았다. 그 문으로 열기가 들어왔고 아무것도 나가지 않았다. 나는 내 몸을 돌보는 일에도 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