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도통 알 수 없는 얼굴이야, 라고 생각했다. 마주 서서 말을 주고받는 내내 하얀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지만 특징을 잡아낼 수 없었다. 쉴 틈 없이 모양을 바꾸고 조금씩 자리를 옮기는 눈-코-입. 눈을 깜빡일 때마다 사과 김의 일란성 자매들이 자리를 바꿔가며 나를 놀리는 것만 같았다. 양 팔목이 비틀리고도 일란성 자매들의 못된 장난을 계속할 수 있을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런 불안정한 심리를 알아챘는지 사과 김은 급작스럽게 작별인사를 했다. 심심하면 연락드릴게요. 연락은 오지 않았다. 연락하겠다던 그 사람은 이미 세상에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사과 김은 영원히 심심할 일이 없어 보였다. 이것이 그녀의 대표적이고 유일한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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