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20210805 (목)

예스24에서 “젊은 작가 투표”라는 걸 한다. 열여섯 명의 작가를 후보로 세웠는데, ‘선정 기준’이 “2011년 이후 등단한 작가 또는 (…) 첫 소설집/장편소설/시집을 출간한 작가를 대상으로 후보를 선정”했다고 한다. 이 말은 “개업 십 년 이내의 작가 중에서 저희 마음대로 골랐습니다”라는 뜻이잖아. 선정 기준도 없는 포인트 나눔 행사에 작가 이름을 마구 팔아도 좋은 게 좋은 것이니 다들 침묵한다. 1위에 누가 되었는지 관심 갖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추가) 예스24가 진행한 온라인 독자 투표 ‘2021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310,394명 투표)에 김초엽 작가(50,679표/10.9%)가 1위로 선정됐다. 2위는 장류진(48,375표/10.4%), 3위 천선란(39,181표/8.4%), 4위 백수린(34,256표/7.4%), 5위 정현우(31,496표/6.8%).


20210807 (토)

급히 캐러멜을 씹고 싶어서 나왔는데, 없다. 땅콩 캐러멜도, 없다. 투시롤도, 없다. 주로 작은 사람들이 겪곤 하는 생의 작은 비극이 내게 왔다.


20210808 (일)

내가 이용하는 호스팅 업체 ‘호스팅이즈(hostingis.com)’가 폐업한다는 소식을 ‘우연히’ 전해 들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정말로 9월에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공지가 있었다. 그뿐 아니라 호스팅 서비스를 홀로 운영하셨던 아버지의 부고를 그 아들이 담담히 전하고 있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간 정말 감사했습니다.

지금부터 새 웹호스팅 업체를 알아봐야 한다. 용량 넉넉하고 트래픽 여유롭고 PHP 8.x 지원하고 SSL 인증서 기본 제공하고 값이 저렴한 곳으로! → 그런 곳 절대 없음.


20210810 (화)

tvN 드라마 《너는 나의 봄》은 또 왜 이러냐. 점쟁이가 남주(주영도/김동욱) 사주를 흘낏 보고 “이 사람이 지금 살아있어?” 따위의 한심한 대사를 내뱉는 21세기 K-드라마. 웃기지도 않고 복선 같지도 않고.


20210814 (토)

너무 가을이다.


20210815 (일)

코로나 백신 접종을 이틀 앞둔 이 선생님께서 저녁을 함께 하자고 연락해왔다. 오랜만에 만나 인사를 나누고 식사 메뉴를 뭘로 할까 물었더니 바로 ‘고기’가 튀어나왔다. 우스갯소리로 “백신 맞으려고 몸보신하시냐” 물었더니 “그래서인 게 맞다”고 비장하게 답했다. 의외로 다들 백신에 진심인 모양이다.


20210817 (화)

나도 코로나19 예방접종(mRNA: 모더나 또는 화이자) 1차 사전예약을 했다. 개강 전에 맞겠다고 부지런을 떨었는데 막상 열흘 뒤(8월 26일 15시)라고 생각하니 미뤄야 할 이유가 열 가지쯤 떠오른다. 가뜩이나 무서운데 접종 병원(밝은봄소아청소년과의원) 리뷰에 원장님 욕은 왜 이렇게나 많담? 평점 2.8인데 살아돌아올 수 있나요?


20210819 (목)

열흘 전쯤 달리기를 하다 종아리가 횡으로 찢어지는 통증을 느꼈다. 그리고 오늘에야 다시 달렸다. 몸은 무거웠고 어깨도 뭉치고 숨도 찼다. 기분 좋게 옷이 젖어갔다. 그리고 발로 지면을 차서 몸을 앞으로 밀어낸다는 느낌이 다시 떠오를 즈음 종아리 통증이 다시 왔다. 아아, 이러면 또 나가리인데. 내 유일한 실외활동인 달리기를 지속하기 위해 어서 빨리 종아리를 살려야 한다.


20210820 (금) 18:26

어쩌다 보니 잔여 백신을 덜컥 예약했다. 전장에 나가는 장수의 심정으로 북엇국을 끓여먹고 택시를 탔다. 백신 접종기관인 관악구 가연관악산부인과의원 앞에서 택시를 세웠다. 약국에 먼저 들러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진통제와 이부프로펜 성분의 진통제를 각각 샀다. 심근염 부작용에는 이부프로펜 성분의 진통제를 먹어야 한다는 이 선생님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내 약을 본 병원 간호사는 “심근염이 의심될 때는 약 먹고 나아지길 기다리지 말고 무조건 병원으로 가세요!”라고 조언했다. 어쨌거나, 저도 제가 이렇게 잘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부디 어제의 쫄보는 잊어주세요. 코로나19 항체왕이 되겠습니다.


20210821 (금) 22:50

2021년 8월 20일 16시 53분에 화이자 코미나티주 백신을 접종했다. 5시간 40분쯤 지나니 주사 맞은 부위가 뻐근하다. 팔을 옆으로 벌려 들 때 가장 불편하고 앞뒤 움직임은 그리 거북하지 않다. 얼굴이 조금 따뜻하다. 산소포화도 98%.


20210821 (토) 09:36

잠의 입구를 끝내 찾지 못하고 그 언저리만 배회하다가 아침을 맞은 기분이다. 불면증도 화이자 백신의 부작용인 듯하지만 평소에 비해 약간 더 질 낮은 잠이다. 그보다 접종 부위의 무지근함은 이제 통증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다른 증상은 없다. 산소포화도도 여전히 98%다.


20210829 (일) 21:46

엊그제까지 가슴 답답함을 겪었다. 산소포화도는 96~100%였다. 순전히 전신에 퍼진 근육통 때문이다. 평소라면 화이자 백신의 중증 부작용을 의심했겠지만 다행인지 이 가슴 답답함은 매우 익숙한 감각이었다. 흉추 디스크 탓에 숨을 쉴 때마다 근육 통증으로 괴로워했던 그 감각의 매우 순한 맛이었다. 지나간 고통도 마주친 고통과 다가올 고통 앞에서는 도움이 된다.


20210829 (일)

대강 기운을 차리고 나니 이틀 뒤 개강이다. 동행복권 사이트에 들어가 로또를 샀다. 구매 내역을 보니 2년 전 오늘도 로또를 샀다. 내게 개강이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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