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내 양말을 한쪽만 누가 몰래 버리나. 짝이 없는 열세 켤레. 집 나간 자식처럼, 어느 여명에 슬그머니 기어 돌아오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버리기도 뭐하다. 오재미(‘콩이나 모래를 집어넣은 놀이주머니’를 뜻하는 일본말)를 만들어서 흑석초등학교 앞에서 나눠줄까. (개그맨 오재미 씨는 현재 KBS 희극인극회 회장이다)
어른
해피엔딩에 오열한다.
작업의 룰
작업 파일은 흥미로운 것과 함께 보관하지 말 것. 피곤해서 일할 수가 없다.
괴(怪) 기억 하나
“뭐 마실래?”
“아니. 침 삼킬게.”
― 이불집 앞에서 ㄱㅁㄱ 씨와의 대화
괴(怪) 기억 둘
고등학교 1학년 때, 교내 독서퀴즈대회에 나갔다. 2인 혹은 3인이 한 팀이었지만, 누구와 함께였는지 기억에 없다. 팀 이름만은 선명한데, 무려 <광인(狂人)>이었다. 대회는 규모가 작은 만큼 순조롭게 진행됐다. 물으면 먼저 정답을 말하는 게 규칙의 전부였다. 전교생은 각 반에 놓인 텔레비전을 통해 우릴 지켜봤다. 그리고 어느새 마지막 문제.
“모파상이 쓴 괴기·환상소설로 (…) 이 소설의 제목은?”
방송실 안은 숨소리만 가득 차 끈적끈적했다. 난 이 안에 산소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임아웃. 문제를 출제한 선생님이 괴이쩍은 미소를 지으며 정답을 말했다.
“정답은 「광인」입니다.”
나는 절망했다. 전교생이 지켜보는데 이런 웃긴 꼴을 보이다니.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국어 선생님은 우리 팀이 당연히 정답을 알고 있을 거라 여기고 몇몇 선생님과 문제 출제 여부를 심각하게 논의했다고 한다. 이 굴욕스러운 기억이 여름밤에 왜 떠올랐는지는 나로서도 알 수 없다.
프런티어
“보고 싶다.”라고 먼저 말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아본 것일까.
ㄱㅅㅇ씨에게
지난해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 작가 김언수는 “일 년 동안 오로지 작품(『캐비닛』, 문학동네, 2006)을 쓰는 데만 매달렸다”면서 “친구가 매달 지원해 준 50만 원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라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훗날 내가 친구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사보기)
카랑코에
너를 닮은 꽃을 샀다, 카랑코에. 곧 말라 죽었다, 카랑코에. 내가 물을 주지 않아서다. 그런데 진짜 당신은 나의 사막에서 무얼 주워 먹기에 아직도 건강한 걸까. 널 닮은 꽃을 다시 사게 되면, 그땐 화단 한쪽에 옮겨 심어 봐야겠다. 오늘은, 딱, 네가 없는 날씨다.
라이브러리 로맨스
6개월에 4백만 원어치 책은 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