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꽃을 모두 덜어냈다. 나무를 힐난하는 꽃은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아득한 허공을 세 계절이나 지탱해야 할 나무가 안쓰러운 듯 먼 길로 돌아 떨어졌다. 물론 나무는 어떻게든 참아낼 것이다. 견딤의 보상으로 저 무수수한 꽃잎들에게 돌아올 곳이 된다는 건 샘나는 일이다. 게다가 다음 봄은 그리 먼 때가 아니다. 시간의 배려대로 한 잎 한 잎 남김 없이 그리워하다 보면 꽃봉오리가 어느새 온몸을 빨아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봄꽃 한 송이 들려 떠나 보낸 사람 없는 나는 한 해를 또 어떻게 견뎌야 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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