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나무가 꽃을 모두 덜어냈다. 나무를 힐난하는 꽃은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아득한 허공을 세 계절이나 지탱해야 할 나무가 안쓰러운 듯 먼 길로 돌아 떨어졌다. 물론 나무는 어떻게든 참아낼 것이다. 견딤의 보상으로 저 무수수한 꽃잎들에게 돌아올 곳이 된다는 건 샘나는 일이다. 게다가 다음 봄은 그리 먼 때가 아니다. 시간의 배려대로 한 잎 한 잎 남김 없이 그리워하다 보면 꽃봉오리가 어느새 온몸을 빨아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봄꽃 한 송이 들려 떠나 보낸 사람 없는 나는 한 해를 또 어떻게 견뎌야 할지 걱정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파편, 2019년 01월

20190109 (수) 서군이 왔다. 스타크래프트는 HD로 리마스터 되었지만, 그 옛날과 다름없이 벙커에 마린을 넣고 벌처로 스파이더 마인을 설치했다.…

기사) 홍성생태학교 나무, 청소년독립영화 《아는사람》 제작

충청투데이 _ 홍성생태학교 나무, 청소년영화 제작 서울독립영화제 출품… 무료시사회도 https://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6833 중도일보 _ 홍성생태학교, 청소년독립영화 ‘아는사람’ 제작 https://www.joongdo.co.kr/web/view.php?key=20130814000006583 충청일보…

그 모든 찬란이 윤슬 되어

새 공책은 무섭다. 이 고백을 읽고 ‘백지의 공포’ 밖에 떠올릴 수 없는 사람은 위대한 신탁에 따라 세계를 ‘거의’…

구조조정

어두운 그림자가 또 다녀갔다(그림자의 수식언으로 ‘어두운’ 만큼 쓸모없는 게 있을까 싶지만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평소 이곳을 열어볼 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