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오독오도독.

새끼고양이 두 마리가 사료를 씹고 있다. 마당으로 나가서 몸에 손을 얹고 싶지만 관둔다. 나를 피해 달아나는 건 겪을수록 기분이 좋지 않다. 그냥 내다보기로 한다.

저기 고양이 두 마리는, 같다. 닮은 정도를 훌쩍 넘어서는 것을 두고 ‘같다’고 밖에 말할 수 없어서 답답하다. 이름 두 개를 고심해 지어뒀는데 단단히 붙여줄 수 없어서 속상하다. 발은 엄마를 닮아 희다. 등은 검다. 갈색 엄마고양이는 털의 색깔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저 귀뚜라미보다도.

마침, 무화과 열매 하나가 떨어져 고양이들을 놀래킨다. 새끼고양이의 벌어진 입에서 사료가 톡톡 떨어진다. 나를 놀래키는 건 어느새 내 몸뿐이다. 오늘도 나의 흥미로운 두통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고양이들, 천둥에 달아나는 줄도 모르고.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흑과 백의 세계

눈 오는 밤, 흑백의 세계에서는 바닥이 희게 사라진다. 달빛이 발자국에 드문드문 짓는 그림자의 징검다리를 밟고 집으로 간다. 흔한…

연극 〈김세진 교향곡〉과 〈굴레〉

백석예술대학교에서 연극 〈김세진 교향곡〉과 〈굴레〉를 관람했다. 대극장에 도착했을 땐 공연까지 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현장은 분주했다. 스태프에게 방해가…

요조 보러 갈 남자

20151123 (월) MS SurFace Pro 4 Core m3 결제 페이지를 열어두고 아홉 시간째 괴로워하고 있다. 결제를 끝내기 전까지…

소고기 사주면서 하는 말은 모두 진심

홍장미가 소고기를 사줬다. 와규 프리미엄도 사주고 와규 스페셜도 사주고 와규 불초밥도 사줬다. 너무 많이 먹었더니 나중에는 혈관이 막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