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설 누나가 소천했다.
2020년 10월 10일 2시 35분부터 이윤설 누나가 세상에 없다. 나는 누나와 인사를 나눴고 차를 마셨고 밥을 먹었고 술자리에 머물렀고 시위를 했고 북한산에 올랐다. 누나 없는 누나 집 책장 앞에서 겨자색 니트를 입고 문학인 포즈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러다 누나가 학교를 떠나면서 대수롭지 않게 소원해졌다. 오래 살다 보면 다시 부둥켜안을 날도 올 것 같았다. 부고를 듣기 전에는. 말 줄임표가 유독 많은 연락을 받자마자 나는 “이윤설”을 검색했다. 어느 블로그에 등단 즈음의 사진이 나왔다. 내가 알고 있던 누나가 다시 웃고 다시 말하고 있었다.
누나는 지금 나보다 10년을 더 살았다. 지난 새벽에도 나는 모자란 숨을 들이켜려고 잠에서 깼다. 폐에 욕심껏 바람을 채우고 빼기를 반복하는 틈에 잠이 달아났다. 정신이 또렷해질수록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불안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청소를 했다. 책상 위의 먼지도 냉장고 안의 음식물도 주검 같았다. 그런데 어쩐지 살아서 조금씩 부푸는 것 같았다. 나는 닳기만 하는데, 그게 괜히 서러워서 울고 싶었다.
한 사람이 떠나자 세상이 더 조용해졌다.
나는 결국 혼잣말만 늘 것이다.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이윤설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네모난 작은 새장이어서 나는 앞발로 툭툭 쳐보며 굴려보며 베란다 철창에 쪼그리고 앉아 햇빛을 쪼이는데 지옥은 참 작기도 하구나 꺼내놓고 보니, 내가 삼킨 새들이 지은 전생이로구나 나는 배가 쑥 꺼진 채로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점점 투명하여 밝게 비추는 이 봄 저 세상이 가깝게 보이는구나 평생을 소리없이 지옥의 내장 하나를 만들고 그것을 꺼내보는 일 앞발로 굴려보며 공놀이처럼 무료하게 맑은 나이를 꺼내어보는 것 피 묻은 그것. 내가 살던 집에서 나와보는 것. 너무 밝구나 너무 밝구나 내가 지워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