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2007년 6월 9일 북한산
2007년 6월 9일 북한산


이윤설 누나가 소천했다.


2020년 10월 10일 2시 35분부터 이윤설 누나가 세상에 없다. 나는 누나와 인사를 나눴고 차를 마셨고 밥을 먹었고 술자리에 머물렀고 시위를 했고 북한산에 올랐다. 누나 없는 누나 집 책장 앞에서 겨자색 니트를 입고 문학인 포즈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러다 누나가 학교를 떠나면서 대수롭지 않게 소원해졌다. 오래 살다 보면 다시 부둥켜안을 날도 올 것 같았다. 부고를 듣기 전에는. 말 줄임표가 유독 많은 연락을 받자마자 나는 “이윤설”을 검색했다. 어느 블로그에 등단 즈음의 사진이 나왔다. 내가 알고 있던 누나가 다시 웃고 다시 말하고 있었다.

누나는 지금 나보다 10년을 더 살았다. 지난 새벽에도 나는 모자란 숨을 들이켜려고 잠에서 깼다. 폐에 욕심껏 바람을 채우고 빼기를 반복하는 틈에 잠이 달아났다. 정신이 또렷해질수록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불안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청소를 했다. 책상 위의 먼지도 냉장고 안의 음식물도 주검 같았다. 그런데 어쩐지 살아서 조금씩 부푸는 것 같았다. 나는 닳기만 하는데, 그게 괜히 서러워서 울고 싶었다.

한 사람이 떠나자 세상이 더 조용해졌다.

나는 결국 혼잣말만 늘 것이다.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이윤설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네모난 작은 새장이어서
나는 앞발로 툭툭 쳐보며 굴려보며
베란다 철창에 쪼그리고 앉아 햇빛을 쪼이는데
지옥은 참 작기도 하구나

꺼내놓고 보니, 내가 삼킨 새들이 지은
전생이로구나
나는 배가 쑥 꺼진 채로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점점 투명하여 밝게 비추는 이 봄

저 세상이 가깝게 보이는구나

평생을 소리없이 지옥의 내장 하나를 만들고
그것을 꺼내보는 일
앞발로 굴려보며 공놀이처럼
무료하게 맑은 나이를 꺼내어보는 것
피 묻은 그것.
내가 살던 집에서 나와보는 것.

너무 밝구나 너무 밝구나 내가 지워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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