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20161217 (토)

다시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61217 (토)

욕실에서 리락쿠마 슬리퍼를 밟고 미끄러져 뒤로 나자빠졌다. 문턱에 허리를, 문고리에 팔꿈치를 찧었다. 허리에는 감각이 없지만 팔꿈치는 붓고 욱씬거린다.


20161217 (토)

사람이 역겹다.


20161221 (수)

너무 많은 말을 하며 살고 있는 게 아닐까.


20161221 (수)

알베르 베갱의 『낭만적 영혼과 꿈 (독일 낭만주의와 프랑스 시에 관한 시론)』(문학동네, 2001)이 전자책으로 발간되면 좋겠다. 어느 장소에서든 그 책을 펼치면 노발리스의 『밤의 찬가』를 필사하던 새벽으로 돌아갈 수 있을텐데. 물론 그건 아주 먼 날의 일일테지. 아쉬운 대로 알베르 베갱과 함께 주네브 학파로 묶이는 조르주 풀레의 『비평적 의식』을 펼친다.


20161223 (금)

맥락 없이 떠오르는 말이 있다. 성가시다. 지금, 성가시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20161226 (월)

어제 옛날통닭집에서 닭발을 포장해왔다. 집에서 꺼내 보니 1/3쯤 마신 사이다가 들어있었다. 500mL 사이다가 2천원인 것도 어처구니없었는데, 누가 먹다 남긴 거라니. 다시 찾아가 화를 냈다. 주인은 사과하고 변명했다. 그게 이틀 내내 마음에 걸린다. 저항할 수 없는 상대에게 화를 붓고 나면 나는 최저의 인간처럼 느껴진다. 이건 이롭지 않다.


20170126 (월)

생각이란 건 모두 역겨워요. 생각 따위, 내보이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뭐가 잘못된 걸까. 뭐를 잘못한 걸까

예쁜 인턴 의사선생님이 나를 보살피다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생각했다. 뭐가 잘못된 걸까. 예쁜 인턴 의사선생님이 내 얼굴에 묻은…

나를 죽이는 것은 한파가 아닐 것이다

눈 뜨자마자 주전자에 물을 끓였다. KBS <아침뉴스타임>의 유지원 아나운서는 전국적인 한파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 생각엔 단지 햇볕이…

어떻게 견뎌야 할까요?

나무가 꽃을 모두 덜어냈다. 나무를 힐난하는 꽃은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아득한 허공을 세 계절이나 지탱해야 할 나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