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무릎
개강까지 아직 날이 남아있지만 회의 및 워크숍 일정이 잡혔다. 싫어도 안성행 버스를 다시 타야 한다. 어제부터 먹기 시작한 약 탓인지 어지럼증과 가슴 부근 근육의 이완이 느껴진다. 이게 ‘평활근 이완작용’이라는 것인 모양이다. 몸은 좀 편해졌지만, 불안이 마음을 휘두른다. 베고 잠들 수 있는 하얀 무릎이 갖고 싶다. 소리 내 부를 이름 하나 갖고 싶다.
우리 한 민족 아닙니까
얼마 전 휴대전화를 바꿨다. 앞면에 AMOLED 액정이, 뒷면에 e-ink 액정이 있는 러시아산 스마트폰이다. 두 해 전쯤 나온 제품이라서 살짝 느리지만, 전자책 기기를 따로 휴대할 필요가 없어서 정말 좋다. 안드로이드가 설치되어 있어서 크게 어려운 점도 없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구매한 애플리케이션을 재설치하고 결제 복원하고 클라우드에 올려둔 연락처와 설정을 복원했더니 금방 끝이 났다. 그다음에는 네이버뮤직에서 구매한 음원을 다시 다운로드…하려는데… 결제화면이 나온다? 뭐지? 한참 만에 찾아낸 이유는 이것이었다.
“내려 받은 곡은 무제한 재다운로드 가능합니다. 단, 일부 곡은 권리사의 요청으로 1년 동안 재다운로드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일부’ 콘텐츠 구매는 1년짜리 임대 계약이었다. 내가 구매하는 곡이 그 ‘일부 곡’에 해당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냥 불법으로 내려받을 걸 그랬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음원을 제외하고는) 한국 유통사의 온라인 콘텐츠는 구매하지 않는다. 그동안 값을 치르고 지속적인 지원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구매한 국산 앱은 대개 6개월 이내에 업데이트를 중단하고, 구매한 이북은 사업 종료와 함께 사라지고, 구매한 영화는 다운로드 횟수 제한이 있고, 문제가 있어도 환불을 안 해준다. 그런데 음원마저 다운로드 기한이 1년 뿐이라니.
다시 한번 결심한다. 한국 유통사의 온라인 콘텐츠는 절대 구매하지 말 것.
병(病)
나를 걱정하지 않을 사람에게는 쉽게 말 꺼낼 수 있다. 나를 걱정해 줄 사람 앞에서는 속으로 삭인다. 병든다는 건 혼자 기우는 일이다. 정신도 결국 비물질적 육체이므로 비물질적 입술을 깨물며 더 참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