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13.74km를 달렸다. 집 근처에 닿기도 전에 날이 밝아왔다. 강 건너 건물들은 막 주저앉을 것처럼 뿌옇게 흔들렸다. 차들은 계속 속도를 올리기만 했다. 나는 해가 뜨기 전에 잠들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페달을 쉬지 않고 밟았다. 밝아오는 미래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엇이다.
얼마 전 사고 덕에 내 비중격이 원래 휘어 있다는, 평생 모르고 살아도 괜찮았을 사실을 알게 됐다. 비중격(⿐中隔)이란, 코(⿐)의 가운데(中)에서 사이를 벌려주는 벽(隔)이다. 이것이 곧지 않고 휘어져 있으면 ‘비중격 만곡증(⿐中隔 彎曲症)’이라고 한단다. 증상이 심하면 두통, 집중장애, 비염 등이 생긴다고.
나는 지금 코의 칸막이가 어느 편으로 기울었는지 모르던 시절보다 불행한 거 같다. 영원히 비중격이란 이름을 모르고 살 사람들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