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필레아 페페로미오데스(Pilea peperomioides)


식물은 잘 지낸다.

이름은 긴근(長根)이다. 길고 깊게 뿌리내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한 시인이 자꾸 떠오르는데 그건 너무 오해다.

긴근이는 내가 눈을 떠야 양지로 나간다. 뒷덜미나 어깨를 주로 붙잡혀 끌려나가는데 막상 볕을 쬐면 즐거운지 잎맥을 한결 또렷하게 드러내며 춤춘다. 자꾸 카메라를 들게 된다. 그런데 목이 마르면 마르다 말해주지 않고 “나 목 말라 보여?”라고 물어봐서 답답하다. 그래도 눈치껏 물을 준다.

앞으로 우리가 우리를 살게 하면 좋겠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인생은 보물찾기

대면수업도 5주차가 지났다. 그사이 강의실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개 즐거워 보였다. 마스크를 들쳐 턱만 드러낸 채 음료를 마시고 마스크를…

가짜 선생은 거짓말이 어울려요

나 같은 가짜 선생은 스승의 날이 불편하다. 그래서 새 학기가 시작되면 스승의 날이 수업과 겹치는지부터 확인한다. 올해는 일요일에…

슬픔은 성실한 일수꾼

작은 마당 앞에 쪼그려 앉아 돌멩이를 던진다. 코앞 벽에 부딪혔다가 무화과나무 밑동으로 맥없이 튕긴다. 말라비틀어진 수박껍질 부근에 떨어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