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이나 일찍 안성에 도착했다.
연못에서 고니 두 마리가 다리 하나로 서서 졸고 있었다. 그다지 물에 들어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 지긋지긋하다는 얼굴을 가끔 깃털 사이에서 꺼내곤 했다. 등나무 잎은 가을 햇살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붙잡아 쥐어보려고 허공에서 이리저리 흔들렸다. 푸른 하늘을 향해 분수의 물줄기가 환희처럼 쏘아 올려졌다.
네가 아니더라도 가을에는 기분 좋은 것들이 가득 널려있다. 그래서 가을에라도 너를 안 본 셈 친다. 진작 보냈어야 할 게 이제 조금 멀어지는구나 한다. 너는 이 가을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구나 한다.
점심을 먹으러 제6식당에 갔다. 고추장제육덮밥을 먹었다. 간장제육덮밥은 바로 앞 테이블까지 주문을 받고 재료가 떨어졌다. 나는 어차피 두 메뉴 중 하나밖에 먹을 수 없으니 상관없지만, 작은 불행도 작은 행운도 그리 달갑지 않다. 그래봐야 잊어버리기에 힘만 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