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특별한 날이 아니다. 어제나 엊그제와 같이 지겹다.
지난주에는 강의실 단상 앞에서 “지옥이란 이런 곳인가?”라고 혼자 물었다. 한 공간에 모여 있던 서른 사람 중 몇이 웃었다. 가벼운 농담이었던 것처럼 힘주어 한 번 더 말했고 몇 사람이 더 웃었다. 나도 웃었다.
방금까지 오늘도 특별한 날이 아니라고 확신했는데, 어쩌면 매일매일 특별한 날을 맞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더 집요하게 옭아매는 지옥’이라는 상시 이벤트가 실수 한번 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말로) 내가 벌여놓은 건 하나도 없는데 일의 번식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
열두 시간째 일을 하다가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요즘도 바쁜지 물으시길래 그냥 그렇다고 얼버무렸다. 전화기를 넘겨받은 아버지는 요 며칠 감기로 고생 중이라고, 이제 김장을 해야 한다고 엄살을 부렸다. 전화를 끊기 전에 아버지도 어머니의 당부를 그대로 읊조렸다. 밥 잘 먹고 따뜻하게 옷 입고 다니라는 등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매초 이런 걱정을 채우고 사는 게 어렵지 않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