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귀여운 ‘미미’가 보고 싶다. 민호와 민희가 어려울 때마다 팝업 창처럼 등장하던 소녀 미미가 정말 보고 싶다. 그런데 미미가 누구냐고? 미미를 모른다고?
어느 날 갑자기 “코가 손이다”라는 주장으로 전 세계 생물학계를 뒤흔든 ‘코끼리 아저씨’보다 훨씬 진화한, 떡진 머리카락으로 손을 대체하는, 그 미미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물론 좀처럼 희극적이지 못한 오늘, 만화영화 《미미의 컴퓨터 여행(ミームいろいろ夢の旅, 1983)》을 기억해 냈다는 사실이 생뚱맞다(한편 퍽 놀랍고 대견하다). 이는 1.5㎏에 불과한 인간의 뇌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한 미지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그 탓에 신경외과 의사들은 환자의 두개골 안에서 메스나 천공 드릴을 잃어버리고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봉합하고는 한다. 하여간 오늘은 핑크가 잘 어울리는 미미가 보고 싶다.
미미에 관한 기억은 나의 핑크색 커버가 씌워진 좌변기를 역류해 떠올랐다. 원인불명의 구토증 탓에 머리를 변기에 쑤셔 넣고 토사물을 쏟아내면서 수많은 후회를 했다. 평소에 변기 청소를 좀 할걸. 냄새가 너무 심해.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의 사인은 위가 입을 통해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 될 줄 알았는데 실상은 전혀 안 비범하게도 단순 악취로 인한 질식사일 거야. 이런 창피한 죽음으로부터 누가 나를 구원해 줄 것인가. 그 순간,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떨어지는 신성한 한 줄기 빛처럼 ‘미미’가 퐁 떠올랐다. 미미가 곁에 있었더라면 내 몸속으로 다이빙해서 문제가 있는 곳을 찾아 다정하게 보살펴줄 텐데….
나는 이 구토증의 원인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큰 병을 알릴 때마다 ‘불쑥불쑥 구토’를 활용하더라. 그래서 조금 신경이 쓰인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구토 외에 다른 증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밑 빠진 위가 겪을 법한 배고픔이 무언가의 증상이 아니라면.
신의 멱살을 틀어쥐고 뛰쳐나온 근대적 인간은 ‘성공률 100% 만능 기도’를 잃어버렸다. 이후부터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 점점 느는 것 같다. 나는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구토증이 인간의 무력함과 생명의 유한성을 증명하는 사건이 절대 아니길 바란다. (불안하지만) 인간의 신체 재생 능력으로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주변 사람은 어서 병원에 가보라 채근하지만 조금 더 참아볼 생각이다. 위나 장이 조금 지친 것뿐이겠지. 게다가 소위 ‘의료전문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묵묵히 기다리는 일이 내키지 않는다. 배관 수리공이 다세대 주택 하수구가 막힌 게 위층 집 탓이라고 말한들 내가 진실을 알게 뭐람. 물론 배관 수리공보다 의사가 양심적인 청구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독거인이 토 좀 한다고 병원에 쪼르르 달려가는 건 쉽지 않다. 밀린 의료보험료에 관한 슬픈 고백은 절대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배가 많이 고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