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나는 자기애(自己愛)가 다양한 형태로 진열된 곳에서 불안을 느낀다. (“엄마, 엄마는 내 콧물을 빨아서 귀하게 키워줬지만, SNS에서 자기애는 주로 이성이 다른 데를 빨아줘야 생긴대. 정말이야?”) 성적 충동이나 욕망이 노골적으로 전시된 곳에서는 공포를 느낀다. (“너는 가슴이나 둔부나 음경이나 음순이 네 전부인 것처럼 굴더라? 신체 일부만 떼어 소셜네트워크 안에 살게 하는 게 좋아? 잠깐. 가까이 오지 말고 거기서 대답해.”)

그럼에도 나 역시 사람이라서 종종 시각적 황홀을 경험하기 위해 온갖 매체에 감각을 내어준다. 하지만 나는 당신의 정신에 지속적으로 매료되고 싶다. 물론 나도 누군가의 관능적인 생각 속에 필수적인 구성요소나 주제로 깃들고 더 나아가 내 생각만으로 누군가의 육체적 고양감을 끌어내고 싶다. 하지만 이런 일이 가능할는지 모르겠다.

이 짧은 글쓰기를 마치더라도 나는 타임라인에 불쑥 등장하는 여자의 사진을 숨 참고 바라보게 될 것이다. (“사람은 왜 그래?”) 이는 어느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눈팅족의 서글픈 하루 일과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사랑을 쓰려거든 스마트보드

스마트보드를 샀다. 경솔하게 써도 담아두지 않는대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여기에 부끄러운 게 아직 부끄러울 때 고백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백산약 세 포

새벽 두 시, 누나 L이 오토바이 퀵으로 생약 세 포를 보내줬다. 근육통에 정말 신통한 약으로, 얼마 전 나와…

파편, 2021년 04월

20210402 (금) 학교가 문을 열지 않아 카페와 스터디카페를 배회한다. 오늘은 청맥살롱에 앉아 강의 영상을 올렸다. 이상하게도 안성에 출근할…

파편, 2017년 05월

20170501 (월) 노트북을 바꿀 때면 선택지 최상단에 항상 맥북을 둔다. 이유는 오직 깔끔한 글자 표현. 윈도우 클리어타입의 폰트렌더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