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서울이다. 문밖은 영하 10도다. 나는 절절 끓는 방바닥에 누워 다음 달 도시가스비를 걱정하고 있다. 먼 미래를 찬란하게 건설하기엔 내일이 다음 주가 다음 달이 너무 가깝다. 왜 가까이 있는 것들은 걱정만 끼치는 걸까. 나는 한 시도 사람들에게서 멀어지지 않으려 한 때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너무 착하디착해 내가 멀찍이서 뱅글뱅글 돌고 있는 걸 참아내지 못했다. 그러면 나는 자주 미욱하게 굴곤 했다. 버림받고 싶어서.

잠으로 가득 찬 대야에 얼굴을 박고 있는 듯 늘 몽롱하더니 오늘은 말똥말똥하다. 당신이 곁에 있던 여러 날 중 하루처럼 말똥말똥. 지금 침대 위엔 형과 두 조카가 번갈아 가며 코를 골고 있다. 오늘처럼 피치 못 하게 방바닥에 누워 있으면 바닥의 깊이에 놀라곤 한다. 지하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자리 잡고 누워있는데도 분쟁이나 시위나 전쟁이 일어났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나는 그 평화를 하룻밤만 대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제 본 뮤지컬 《달고나》는 적당히 왁자지껄하고 화려했다. 이는 지상의 소중한 덕목이다. 그런데도 나는 초반 삼십여 분 동안이나 극에 몰입하는 데 실패했다. 시종일관 화장실만 가고 싶었다. 이후에는 ‘박현빈’의 엉성한 연기와 어중간한 창법 때문에 몰입이 어려웠다. 함께 관람한 누군가는 그의 ‘뽕필’을 탓했다. 장식이 많은 창법은 1980년대의 담백한 유행가를 부르기에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나도 동감을 표했고 덧붙여 박현빈의 노력 부족을 지적했다. 당시엔 말 꺼내지 않았지만 더 심각했던 문제는 노래를 엮는 데 급급해서 극을 시간(사건이라기엔 너무 객관적인)이 끌고 나갔다는 점이다. 시간이라는 돛배를 탄 채 멍하니 흘러가는 인물에겐 성격의 변화랄 게 없었다. 이렇게 방만한 시나리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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