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빛이 잡아 끌어 바닥에 내려놓은 나무 그림자를 밟고 서 있다. 서늘한 바람에 나무 그림자가 흔들릴 때마다 멀미가 인다. 지나가는 사람의 등 뒤를 흐린 눈으로 좇으면서 사람 얼굴의 형상을 떠올린다. 뒤통수에 가면처럼 걸려있는 얼굴은 하나같이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다. 언제부터인가,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이 없다. 저 길 건너 버스 정류장에 삐딱하게 서 있는 노랑 머리 여자아이의 척추 건강보다도 관심이 일어나지 않는, 기억 속의 사람들.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는 시간 속의 사람들. 그들은 태운 버스가 한 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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