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꽃을 찾아다녔다. 망울 안에서 부풀고 부풀다 더는 어찌할 수 없어서 핀 꽃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냄새나는 골목에서 지저분한 꽃무리를 발견했다. 나는 실어 상태의 사람처럼 꽃 앞에 조용히 머물렀다. 어느 틈에, 세상 모든 꽃을 꺾어주고 싶던 사람들은 다 떠났다. 그래도 세계는 곧 꽃으로 꽉 찰 것이다. 내가 이 봄에 남겨둔 꽃은 누군가의 발 아래 놓이기보다 너의 머리장식이 되어주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그 모든 찬란이 윤슬 되어

새 공책은 무섭다. 이 고백을 읽고 ‘백지의 공포’ 밖에 떠올릴 수 없는 사람은 위대한 신탁에 따라 세계를 ‘거의’…

생을 구부리는 방법

그는 다짜고짜 죽음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고 그는 엉망으로 취해 있었다. “너한테는 사는 것과 죽는 것,…

5월 7일과 9일 사이, 집

나를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는 게 찌개에 몇 사발의 물을 부었을까. 가스레인지 곁에 서서 자꾸 졸아드는 국물을 지켜보며 속으로…

흑과 백의 세계

눈 오는 밤, 흑백의 세계에서는 바닥이 희게 사라진다. 달빛이 발자국에 드문드문 짓는 그림자의 징검다리를 밟고 집으로 간다. 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