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얼추 익은 무화과를 거둬들였다.

하루 더 나무에 매달아두고 싶었지만 나와 새는 해마다 무화과 수확 시기를 두고 눈치를 살펴왔다. 이번에는 그 새가 황망한 얼굴을 할 것이다. 내 무화과나무가 생기고 나는 알러지라는 걸 처음 겪었다. 살갗 밑으로 수십 마리의 지네가 기어들어와 운수조합을 설립하고 골골샅샅 따끔이들을 내려주며 발도장을 찍어대는 느낌이었다. 이게 알러지라는 걸 알게 된 건 두 해쯤 더 지나서였다. 이후로 갓 딴 무화과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오늘 수확한 무화과는 L에게 줬다. L은 새도 수긍할 만큼 맛있게 먹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백○○씨가 이세계로 갔다

2007년 1월 10일, 광화문 교보빌딩 10층에서 열린 <대산대학문학상> 시상식에 다녀왔다. 시상식장 객석 맨 앞줄에는 백○○ 씨의 부모님께서 시종…

팟!

도저히 내 힘으로 면할 수 없는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이 피로는 ‘절전모드’로 잠에 들면서 시작됐다. 불과 몇 개월…

그러니 살아야지

포춘쿠키를 얻었다. 설렘보다는 두려움으로, 과자를 갈랐다. “약한 사람을 살펴주고 돕게 되니 그로 인해 자신도 얻는 것이 많습니다. 따라서…

어부 정대영의 결혼

열차를 타고 어부놈(정대영)의 결혼식장에 가고 있다. 자리에 앉아 눈을 붙이려는데 새삼 우리가 친한 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