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매일 아침 언덕을 날아 내려가면서 꺄꺄갸갸 우는 새가 있다. 들이받고 싶다.

나는 관계할 것들의 부고를 미리 알아 차리는 예언자가 됐다. 오늘 지을 사랑은 내일 이 시간에 내 배게 밑에서 질식한다. 어제 지은 사랑은 아직 꿈틀거린다. 장맛비가 내리면 해마다 그래 왔듯이 너를 너희를 구정물에 버릴 거다. 급류에 쓸려내려가는 것을 지켜보며 엄벙덤벙 춤을 출 거다. 네가, 너희가 진창에 처박히는 건 쪼리를 잃어버린 것만큼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밥을 지을 때마다 어김없이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은 너를 몰래 만나러 가고 싶은데 너도 모르는 만남은 어딜 봐도 진짜 만나는 게 아니라서 슬프다. 너를 만나는 죄를 지을 리 없을 테니 나는 훗날 천사가 될 거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방법은 먼저 죽거나 따라 죽거나 둘 중 한 가지뿐이다. 내 바람이나 기도는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 기도에도 기교가 필요한 걸까. 더럽고 치사해도 어렵게 배운 게 몇 가지 있는데 그중 제일은 사랑이어라. 앞으로는 사랑이 별 쓸모 없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기도나 배웠어야 했는데. 기도의 기교를 익혔어야 했는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여름의 뿌리 맛

2012년 첫 빙수다. 어차피 빙수에 불과하지만 올해 첫 수확한 햇빙수처럼 여름의 억센 뿌리가 씹혔다. 그래서인지 사소하게 내뱉는 말에도 생기가…

파편, 2021년 02월

20210204 (목) 맥북에어 m1(2020)을 장바구니에 가두고 두 달째 고민 중이다. 성능·배터리·가격에 혹하지만 아직까지 역대급 망작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팔을 지우고 너를 만지는 수면 마법

아침 일곱 시 회의는 처음이었다. 아침 일곱 시란 거울과 마주 서서 밤이 밴 얼굴을 들여다보곤 자기를 모욕하다가 모조리…

강을 배웅하다

자전거를 타고 13.74km를 달렸다. 집 근처에 닿기도 전에 날이 밝아왔다. 강 건너 건물들은 막 주저앉을 것처럼 뿌옇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