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20130428 (일)

4번 척추에 신경이 눌려 운신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내게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호통에도 슬픔을 새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20130428 (일)

이사 날짜를 받아놓고 책장을 훑는다. 시시한 책들을 참 오랫동안 짊어지고 다녔구나.


20130429 (월)

다섯 시간 전에 옷가지를 대충 걸치고 나가 철분약과 비염약, 포도, 담배를 샀다. 그리고 지금, 비염약을 삼키고 철분약을 마신 다음 담배를 피우면서 씻지 않은 포도알을 씹고 있다. 괜찮다, 이만하면.


20130429 (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서른다섯 해를 살고 자살했다. “그저 막연한 불안”이 그 이유였다. 나는 다분히 이해한다.


20130429 (월)

T스토어 오늘만 무료앱은 “YBM 데미덱 영어회화사전”이구나…. 무료라니깐 덜컥 받았지만 이걸 어디다 써!


20130429 (월)

한 생명이 맞이해야 하는 최상급의 비극은 자기 신체 덩어리를 가리가리 분리하여 의식하는 것이다.


20130430 (화)

시간은 새벽으로 빠르게 흘러가고 / 내 집으로 가자고 말하려다 오늘은 이제 그만 / 이뻤었으나 사실 너무 불안해 보였네 / 이뻤었으나 너무 불안해 보였네…. ― 백현진·정재일, 〈여기까지〉


20130430 (화)

나는 욕망경쟁에서 패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파편, 2010년 07월

20100708 (목) 제주전용서체(제주한라산체·제주고딕체·제주명조체) 공개! 제주어 빈출자(?) 160자를 표기할 수 있댄다. “바람과 파도에 닳아버린 섬지형 표현”이라…. 20100709 (금) 이가…

슬픔의 식탐

어머니와 아버지께선 어죽 잡수러 가셨다. 나는 정오의 푸른 햇볕이 떨어지는 차도를 바라보며 내 내면 어디쯤을 산책하고 있다. 환상적인…

가을엔 두 번쯤 멜랑콜리

여자는 나를 돌아봤다. 그 순간, 지구를 삽시간에 멸망시킬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숫자의 유성이 내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약속의 생명력

빙수가게 문을 미는 순간 오래전 약속이 떠올랐다. 다음에 여기 같이 오자. 나와 K,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 K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