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독일에 놀러 와요. S는 말했다. 나는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나는 독일에 갈 리 없다. L과 K는 어쩌면 독일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게 몹시 신기했다. 12시간 동안 비행기 안에 갇힐 자신은 없지만 대신 한 가지는 호언할 수 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나는 변함없이 그 모양일 거예요. 몸 건강히 잘 다녀와요. 나도 친한 독일 박사님 하나쯤은 있어야 할 거 아냐?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안성은 적적하고 무서운 곳

강의 하루 전날 안성에 왔다. 오후 4시에 출발한 고속버스(동양고속)는 비 탓에 반포나들목 초입에서 15분 동안 묶여 있었다. 그래도…

기억의 사과

밤새 빈방과 어울린다. 어울려 논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막연히 울던 시절이 확실히 좋았다. 배탈이 난 것처럼 앓는 소리로 자주 웃던…

눈을 뜨니 일천구백구십육 년

아침에 걸려온 전화는 당연히 못 받는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알만한 친구 김천기가 부재중 통화 목록에 이름을 남겨 놨다.…

미지의 것으로 영원히 종결된 당신

가로수 그늘은 여기에서 끝난다. “자외선은 상처의 주적이에요.”라고 말하던 피부과 의사 선생님의 엄중한 표정이 떠올랐다. 남쪽에는 있는 강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