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역사의 흐름이 답답했을 것이다.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힘은 한 표뿐인 투표권뿐인데, 이마저도 사표(死票)가 될 것임을 깨닫고 절박하게 행동하지 않았을까(라고 이해해 보려 노력한다). 민주주의에 다양한 목소리는 당연하겠으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전과 8범인 지모씨(50)는 그냥 어리석은 범죄자다. 한 정당의 대표 얼굴을 면도칼로 그어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고 박근혜를 저지하려는 행동은 극우의 맞은 편에 서서 취할 투쟁 수단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쉽게 수호되지 않는다. 심정적으로라도 미운 사람을 대신 혼내줘서 후련하다는 뜻을 전해서는 안 된다. 지지자에게 박정희·육영수 저격 사건을 소환함으로써 결집을 공고히 하는 박근혜의 문구용 칼 피습 사건이라니. 이 경솔한 행동으로 한나라당의 5.31 지방선거 승리는 더 확실해졌다. 정말 쓸데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그런데 박근혜의 상태 발표가 너무 제각각이다. 수술 시간이 약 2시간부터 3시간 30분까지, 상처의 깊이가 3㎝부터 5㎝까지(얕은 곳은 0.5㎝), “안면근육이 완전 마비되거나, 동맥이 절단돼 즉사하는 등 아주 위험한 상황이 될 뻔했다”거나, “자유자재로 말을 하는 데는 최소한 몇 달이 걸릴 것”이라는 등의 발표. 언론의 밥 짓기가 시작됐다. 언제부터 알맹이 없는 말씀을 다시 늘어놓을지 그냥 기다려볼 뿐이다.
박계동
박계동 의원의 술집 추태 동영상은 잠깐 후끈 하다가 조용해졌다. 뉴스는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해서 아무런 의무가 없다지만, 사람들에게도 쉽게 지워져 버렸다. 대중의 기억은 타인에 대해 이미지만 보관하므로 ‘박계동=슴가’라는 등식이 새겨지고 주점에서 비슷한 인간들에 의해 ‘박계동 스킬’을 따라 해보는 정도에서 일단락 지어지는 모양이다. 포털이나 블로그에 공개된 ‘부비부비’ 동영상도 벌써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봤더라도 그냥 사라지게 두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시간은 힘이 너무 세서 죄를 묻기 너무 어렵다. 그래서 세상은 늘 주춤거리고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자꾸 기억해야 한다. 기억이 윤리(倫理)다.
최연희
모든 시작은 여기자를 강제 성추행한 최연희로부터다. 여성단체들은 모든 지방선거 출마자를 대상으로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방지 서약을 받기로 했다. 아무리 공직자 사퇴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없다지만 이런 서약서를 강구할 수밖에 없게끔 만든 최연희 의원은 너무 징그럽다. 이 비상식 탓에 정몽구 회장 비자금 사건이 덮어주기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래도 정치는 독자(獨自)로 이어 나갈 수 없는 것이라서 이 사건을 계기로 이계진과 안상수가 얼마나 얄팍한 인물인지 드러났다.
한나라당
이들은 모두 한나라당.
나는 사람으로 나고 자라 추악하고 비윤리적인 것을 좋아할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