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바쁘다

마음이 물렁해서 한국○○○○협회지 제작을 맡았다. 곧장 협회장 인터뷰와 국내외 업계 동향을 정리해야 한다. 창간사와 축사는 초안이라도 좀 잡아주시지. 원고 작성과 수정을 마치면 눈멀기 직전까지 교정을 봐야 하겠지. 협회지 발간 일정은 6월 말이다.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은 오늘(30일) 자정까지 마쳐야 하는 매체 정리다. 예상 분량은 A4 100매.

오랜만에 일을 해보려니 독을 품은 짜증이 내숭 한번 떨지 않고 와락 덤빈다. 또 어떻게든 되겠지. 이번 일을 계기로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즉 내 상태는 한동안 ‘다른 용무 중’. 벌써 나를 놀리는 수런거림이 들리는 듯하다. 기왕이면 격려가 반갑겠다. 그러지 않아도 당장 하고 싶은 일들이 개복치의 3억 개의 알처럼 지느러미만 흔들어도 와르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구글 캘린더

백 달러 지폐 모델이자 다이어리로 유명한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은 말했다. “태만은 천천히 움직이므로 가난이 곧 따라잡는다”라고. 이런 말도 했다. “당신이 할 일은 당신이 찾아 해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할 일은 끝내 당신만을 찾아다닐 것이다”라고.

나도 일정이 생겼다. 기존 생활(태만이 대부분이지만)과 새 일정을 어떻게 조율·관리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라진다(고 어디서 들었다). 성패를 언급할 시기는 아니지만 요즘 들어 여러 일이 생태의 이리(정소)처럼 복잡한 모양새다. 태생이 정리에 재능이 없다고 마냥 손을 놓을 수 없다.

아날로그부터 디지털까지 아우르는 고민 끝에 개인의 역사를 구글 캘린더에 기록하기로 정했다. 며칠 매만져보니 인류의 어느 무엇보다도 혁신적이다. 디자인은 차차 나아지겠지. 더 실용적인 수단으로 일정 사이를 폴짝폴짝 뛰어 미래로 건너가야지.

ㅂㅅㅇ씨

필리핀행을 축하한다. 당신은 나와 함께 한국의 문화 정체성을 순정(純正)하게 지켜낼 줄 알았다. 심각한 배신감을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어서 분하다. 수고를 들여 조사를 해보니 필리핀은 가공 이전의 핵진주가 유명하다더라. 다소 부담을 느낀다면 수공예품도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하니 전통 가면이나 조각품도 괜찮겠다. 기괴한 가면이 벽 한쪽에서 날 보고 웃는 광경을 그려보니 미리 신이 나기도 한다. 미리 감사드린다. 하지만 알다시피 나는 누구보다도 먼저 감사하고 누구보다도 먼저 잊는다. 은혜를 기억해서 까치는 머리가 깨져 죽었지.


깜짝 퀴즈

대한민국 시트콤의 미래를 제시했던 《순풍산부인과》(SBS)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오지명과 박영규를 극 중 캐릭터가 꿀꺽 삼켜버리고 송혜교와 미달이를 배출한 시트콤 대작인데 모를 리가. 그러니 여기서 깜짝 질문. 극 중 박영규의 직업은 무엇일까? 나는 오늘 알았다.

_박영규는 강북의 제법 큰 어학원 영어 강사다. 이 어학원은 강남에도 지점이 있는데, 후에 부원장 자리를 놓고 대결을 벌인다. 그리고 온갖 로비와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과 여론전 등 박영규다운 승부로 부원장 자리에 오른다. 한마디로 그는 처가살이나 하며 빈둥거리는 딱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어째서 물신숭배의 화신이 되어야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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