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20100201 (월)

나의 ‘사랑’은 정말로 고약한 것이다. 이것을 받아 드는 그 사람은, 아마도, ‘나’라는 고약한 음식물 쓰레기를 가슴에 품은 채, 함부로 버려도 괜찮은 곳을 찾아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니다가, 결국에는, 처음 그 자리로 되돌아와 털썩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릴만한, 정말 착한 사람일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만을 사랑한다. 때문에 사랑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사람이 착하다는 이유로 (부당한 벌칙처럼) 고약한 것을 떠맡긴다면,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이 된다.


20100202 (화)

나의 악의 없는 편협함이 당신에게 지독한 역겨움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례를 나도 잘 알고 있다. 여기에는 피치 못할 사정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바란다. 당신이 이 시시한 인간에게 해를 입은 것은 당신의 따뜻한 인간됨이 지닌 필연적인 결함이다, 라고 생각해 주기를.


20100204 (목)

나는 아름다움에 헌신하겠다. 스스로 지독한 추함을 취함으로써.


20100209 (화)

내가 여기 있다는데, 너는 고개를 돌려버린다. 너의 시선이 없다면 나는 희미해지거나 사라지는가. 아니다. 너의 외면이 있어 나는 내가 있음을 더 분명히 깨닫는다. 인후염이 나의 목을, 두통 나의 머리통을, 관절염이 나의 도가니를 깨닫게 해주듯이. 줄지은 고통이 나를 조망케 하리라.


20100215 (월)

스스럼 없이 울다가 웃어라.


20100219 (금)

너는 나의 무결한 귀소(歸所)였지만, 어느 날, 왈칵, 하고 무너져버렸다.


20100220 (토)

내가 그곳에 존재하지 않을 때 비어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그 공간(空間)의 소유는, 그 자체로 대단한 행운이다. 나는 문에 열쇠를 밀어 넣으면서, 이름조차 모르는 애인의 긴 부재를 얼마간 기뻐하기로 했다.


20100222 (월)

뭔가 불량한 것들을 하루 종일 잔뜩 먹어 댔더니, 뱃속 깊-은 곳에서 ‘소의 울음소리’가 올라온다. 나는 침대에 누워 문 밖에 걸어둔 풍경의 대꾸를 가만히 듣고 있다. 음머, 하면, 딸랑, 하고, 음머어, 하면, 딸랑짤랑하는 소리를. ‘좋구나. 세상은 이렇게 선한 생명들의 선한 고요로 가득해야지. 암.’ 따위의 헛생각과 망상을 번갈아 하면서, 까마득한 낮잠으로, 나는 간다. 그러니 찾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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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방에 가만히 혼자 누워 어슬어슬한 너를 어루더듬는다. 너는 맹추처럼 자꾸 웃어준다. 다디달다. 어딘가에 있을 진짜 너에게 공연히 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