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09 (금)
당신은 너무 황홀하여, 나는 꿈이 된다. 황홀한 당신이 등 뒤로 사라지면, 나는 모든 게 지겨워진다. 돌연 나타나지 마라. 나는 모두 아직이니.
20100415 (목)
내가 등진 것들이야말로, 내가 가장 사랑하고 싶었던 것들이다.
20100415 (목)
네가 입고 나온 아름다움은 대신 나를 벌거벗겼다.
20100421 (수)
나는 ‘평범함의 지옥’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모든 열정을 쏟는다. 하지만 그 지옥의 징벌은 평범함의 지옥 안에서 영원히 비범함을 욕망하는 것이다. ― 헤어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 아래에서
20100422 (목)
당신과같이 끔찍한 인간이, 돌아서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리라 상상할 수 없다. 이것이 나의 좁고 얕은 상상력 탓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20100426 (월)
나는 누군가의 곤란한 표정을 쉽게 알아본다. 이 능력은 아무 쓸모가 없다. 도리어 나를 자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린다. 오로지 내가 앞에 있다는 사실이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난 정말 참 퍽 곤란하다.
20100426 (월)
우리 집엔 당신이 없어서 쓸쓸한데, 대신, 내가 악착같이 살아.
20100426 (월)
나는 모든 결함을 투시한다. 때문에 나는 소유가 두렵다. 내가 사랑하는 그 무엇도 결코 가질 수 없기를.
20100426 (월)
당신은 참으로 불쌍한 사람이군요. 그렇게 많은 걸 가졌으면서 갖지 못한 걸 생각하느라 시간이 없다니! 불쌍한 사람. 참으로 딱한 사람……
20100426 (월)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쓰고 쉽게 사라지되 무거움은 남겨라.
20100426 (월)
나는 쓸려간다. (유치하지만 거의 모든 것인) 낮과 밤에, 물질과 정신에, 슬픔과 기쁨에, 사랑과 이별에. 그리고 어느 날 아침에 나는 보편의 정신으로 떠돌겠다. 나의 침묵은 영원의 증거가 될 것이다.
20100430 (금)
자본가들을 감동시키긴 쉽다. 하지만 노동자들을 이해시키긴 어렵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계급이 욕망하는 것에 대해 모르거나, 자본가의 욕망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반성이 필요하다.
20100430 (금)
나는 욕망한다. 내가 욕망하는 것을 욕망한다. 나는 모든 시시콜콜한 욕망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당신이 욕망하는 것을 포기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사망을 선고한다. 나는, 아직 나는, 죽음을 욕망하는 산 자다.
20100430 (금)
어찌 된 일인지, 우리의 사랑 혹은 우리 시대의 사랑은 대담함을 잃어버렸다. 그건 스스로에 대한 사랑도 다르지 않다.
20100430 (금)
변명할 수 없는 과거를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