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3 (월)
초등학생인 조카2호가 카카오톡에 등장했다. 프로필 상태 메시지에 “빅뱅 짱!”이라고 쓰여있길래 인사 대신 “빅뱅 꽝!”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예상한 대로 “삼촌 꽝!”이란 메시지가 돌아왔다. 나는 “조카도 꽝꽝!”이라고 쓰기 시작했다. 그사이, 조카2호가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똥’을 던졌다. 던지고 던지고 자꾸 던졌다. 내가 금빛 똥 이모티콘을 뒤집어쓰며 “빅뱅 짱!”이라고 쓸 때까지. 역시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조카2호를 어서 빨리 예절학원이나 기숙학교에 보내야 할 텐데. 아, 그럼 조카2호의 아이패드2는 어쩐다?
20111014 (금)
막막하다. 쓰레기에 코 박고 울먹이던 고양이도 성애를 쫓아 내 창 밑을 떠났다. 온갖 틈으로 들어오는 것은 분명히 가을바람인데 가을은 단지 바람에 잔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추억만 더듬는 겨울은 또 오고 말 것이다. 차츰 살 방도를 찾아야 한다. (군용 김병장 깔깔이를 사야 할까. http://goo.gl/tMbj2)
20111014 (금)
새로 산 주걱을 머리맡에 세워놓고 개잠을 잤다. 서툰 꿈도 하나 꿨다. 당신이 내게 약탈한 것을 짊어지고 돌아와 기쁨으로 몰락할 때까지 끌어안아 주었다. 모두 빤한 거짓이었지만 접한 입술 사이로 맞닿은 혀를 절대 풀지 않았다. 이 기꺼운 꿈에서는 당신의 감탄도 탄식도 눈물에 상관할 것이므로. 하지만 아침이면 이 꿈을 다 잊고 주걱에 붙은 밥알을 앞니로 긁어먹겠지.
20111016 (일)
나는 점점 더 지루한 일에 휘말리고 있다.
20111019 (일)
화분에 물을 주고 싶어서 화분에 물을 줬다. 나는 화분에 물을 안 주고 싶어서 화분에 물을 안 줄 때가 더 많다. 결국, 풍란은 죽었다. 나는 (아마) 앞으로도 화분에 물을 주고 싶을 때 화분에 물을 주고 화분에 물을 안 주고 싶을 때 화분에 물을 안 줄 것이다. 어떤 변덕은 정말 파렴치하다. 와야 할 전화가 오지 않는다.
20111019 (일)
세탁기를 너무 돌리고 싶다. 몇 시부터 돌려야 욕을 안 먹을까? 내 생각엔 일곱 시 사십칠 분이 적당할 거 같아.
20111022 (토)
당신은 나의 야망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