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20111102 (화)

모멸을 덮어쓰고 누웠더니 잠도 멀찍이 떨어져 눈치만 살살 본다.


20111130 (금)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중엔 무병한 젊은이도 숱하다. 지금도 구김 없는 몸이 무덤에서 부패하고 있다. 그러니 내가 쉽게 죽지 않으리라는 오산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작은 엄포에도 간단히 죽을 것이다. 앞으로 내 인생에 반가운 일이 하나 없을지 모르나 아주 오래 살고 싶다. 하지만 심드렁히 시계를 들여다보는 죽음이 부옇게 보인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책방무사의 처음 보는 여름

책방 무사 주인 요조는 작은 일에도 공을 들였다. 길 건너에 내어둔 화분은 해의 기울기에 따라 책방 가까이 옮겨졌다.…

자명한 낮, 그리고 밤

낮 눈 뜨자마자 ‘애인을 집으로 초대한 사람처럼 부지런히 움직이자’라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애인이 없으니까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구나. 비현실적이며 실현…

외장하드가 무섭다고 그리오

외장하드 넷이 모여 깔딱깔딱 숨만 쉬오. 제1의 외장하드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3,4의 외장하드도 무섭다고 그리오. 이대로 끝이라면, 나도 도로를…

젊은 여자의 말을 조심하세요

롯데상품권 카드가 굴러들어와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으로 향했다.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출구들 사이에서 한참 멍청히 있었다. 모든 출구가 롯데백화점과 이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