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대략 18개월 전에 쓴 단편소설 「사랑의 대부분」을 다시 꺼냈다. 나는 이 글 가운데 사랑에 관한 해설을 특별히 아낀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나 표현할 수 없는 서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살펴보니 전체 얼개가 엉터리다. 주인물인 남자가, 전혀 의미하는 바가 없는 부조리한 상황·공간 속에 던져진다는 건 어떻게든 우겨본다지만, 진짜 문제는 그가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절망 혹은 갈망하지 않는 인간이다. 실존을 포기한 인간이 사랑으로 말미암아 울음을 터뜨린다는 결말은 진정 나조차 믿기지 않는다.

여기서 질문. 그때는 왜 몰랐을까.

나도 정말 어지간히 발전이 더딘 인간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파편, 2018년 06월

20180604 (월)  우리는 정기적으로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있어. 20180606 (수)  그야말로 옛날식 커피숍에 앉아. 20180606 (수)  반년을…

파편, 2011년 03월

20110301 (화) 사람들은 바쁜 와중에도 기이한 걸 궁리해서 간소한 삶을 방해한다. 20110301 (화) “특정한 담론형태에 순응하고 그 안에서…

절음의 고갈, 결의의 기근

우리는 대학시절의 대부분을 잔디밭에 누워 보냈다. 그 사이사이 레쓰비 깡통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웠다. 볕은 대체로 따가웠다. 학보를 펼쳐…

파편, 2014년 03월

20140308 (토) 조금 보수할 생각이었다. 지금은 모든 문장을 새로 쓰고 있다. 불과 두 해 전에 쓴 소설인데도 도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