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상준이니?
건아가 물었다. 아니다. 너는 추건아가 아닐 것이다. 내가 스물세 살에 만난 건아는 이미 여러 번 다른 번호로 옮겨 다른 사람이 됐을 거다. 그걸 확신하면서도 건아라는 이름과 그 연락처를 10년 동안 지우지 못했다.
너 상준이 아냐?
건아가 다시 물었다. 아니다. 나는 분명 상준이가 아니고 너는 건아가 아닐 것이다. 며칠 전 카카오톡 친구목록에 건아라는 이름이 나타났을 때, 내게 말 걸지 않기만 바랐다.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건아라는 이름의 연락처를 당장 지우고 내게 상준이냐고 묻던 사람이 너였을 지도 모른다는 궁한 의심을 마음에 남겨놓는 것이다.
위안이 된다면, 나는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