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20130501 (수) 

학교 운동장에서 나이먹기 놀이 함께하던 내 친구들은 지금 모두 어떻게 살까. 만국기로 봄비가 내려온다. ― 흑석동 은로초등학교


20130502 (목)

쓸쓸해서 좋다.


20130502 (목)

지금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아잘자고있는지어미는잠이안온다” 어머니도 쓸쓸하시다.


20130502 (목)

그녀는 몸을 돌려 내 얼굴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금새 발견한 듯했다. 저열하지만 그 못지않게 측은한 마음을. 나는 그곳을 느리게 느리게 빠져나왔다.


20130503 (금)

안성간다아아아. 배고파. 흙.


20130503 (금)

아맞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볶은멸치김밥을 꼭 사먹겠다, 라고 다짐하다 잠들었는데….


20130503 (금)

난 형광색 운동화를 신는 남자와는 도무지 친해질 수가 없더라.


20130505 (일)

자 기 소 개 하 기! 아싸, 활~발한 무생물~


20130506 (월)

우왕. 열 장 모으면 계란 한 줄 주는 슈퍼마켓 쿠폰 찾다가 책상에서 15만 원 주웠다앙. 키키킥. 이 돈으로 어버이날 선물 사야징.


20130508 (수)

어머니께 안경을 맞춰 드리고 간 지 석 달. 그 안경의 코 받침 한쪽은 도망갔고 다른 한쪽도 반 토막이 나 간신히 붙어 있다. 수리하러 갈 새가 없었단다. 잘 이해가 안 된다.


20130508 (수)

역시 야채호떡은 맛있당. 엉엉엉. 맛있엉. 흐엉.


20130510 (금)

아버지가 누룽지를 만들고 있다.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숟가락으로 밥알을 요령 없이 꾹꾹 누르고 계신다. 언제쯤 완성되려나, 나는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몸을 굴리고 있다.


20130510 (금)

또 졸음이 쏟아진다. 면목없다.


20130510 (금)

『위대한 개츠비』 재출간으로 펭귄클래식의 타임라인이 자꾸 눈에 띄는 통에 기억났다. 펭귄클래식 카페에서 『오만과 편견』의 전자책 출간 일정을 문의했는데 그냥 무시당하고 말았다. 한 달 전 일이다. 그 뒤로 나는 꽁해 있다. 가장 개츠비답거나 말거나.


20130510 (금)

고향 집을 나설 때마다 나는 늙은 부모님을 팽개친 채 달아나는 기분이 든다.


20130511 (토)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책 『색채가 없는 다자키츠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가 일본에 출간된 지 딱 한 달이다. 국내엔 언제쯤 나오려나. 게다가 종이책은 절대 안 사기로 했는데 큰일이네….


20130511 (토)

던-에드워드 페인트 색상표만 보름째 보고 있다. 방 벽에 무슨 색을 칠하면 좋을까. 옥수수 수확색(DE5348)이냐 바나나 껍질색(DE5340)이냐. 문제로다.


20130511 (토)

명당은 개뿔. 이번 주도 로또 망했네.


20130513 (월) 

집 앞에 철쭉이 폈다. 계절이 깊어지면 꽃은 끝내 떨어질 것이고 나는 그 위를 무덤덤하게 밟고 지나가겠지. 나는 왜 이렇게 오래 사는 걸까.


20130513 (월)

언제쯤 우아하게 일어나는 법을 깨우치지?


20130514 (화)

근대인물시집 『사람』, 박정희·이승만 찬양시 수록. 참여 시인 명단에는 신달자, 김남조, 정호승, 장석남, 문태준, 조정권, 천양희, 장석주, 문정희, 김기택, 박형준 등 대표적인 시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http://m.hankooki.com


20130515 (수)

육회 먹고 싶다. 흑흑.


20130515 (수)

목공을 배우고 싶은데 가르쳐주는 공방이 근처에 없다. 이것도 책으로 배워야 하나. 끙.


20130517 (금)

“지하 가세요? 내려가기 전에 주문부터 하셔야 돼요.” “일행 먼저 확인할게요.” “주문부터 하고 내려가셔야 해요.” 흑석동 중앙대학교 후문 근처에 있는 카페 ‘빅컵’의 팔푼이 같은 영업 방침.


20130517 (금)

박스 주우러 가자. 이사 하자.


20130518 (토)

“난 일어나지 않아.”



20130519 (일)

이틀 내내 이삿짐을 날랐다. 어제(17일)는 나와 연필과 그의 애인, 소리가 큰 짐을 옮겨줬다. 오늘(18일)은 세 명―소리는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다―이 함께 책 일부와 잡동사니 상자를 새집에 넣었다. 비를 맞으며. 애썼다. 아직 짐은 남아 있지만….


20130519 (일)

얼른 성공해서 포장이사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20130519 (일)

이웃집 개의 이름은 멍순이다.


20130519 (일)

남자와 여자와 소년이 멍순이에게 고함치고 욕을 한다. 30분째다. 이럴 거면 왜? 평소 개 팔자를 시샘했는데 이제부턴 동정해야겠다. 멍순이로 살아가는 건 너무 고단하겠다.


20130520 (월)

헐. 호치킨(중앙대점) 정말 싸고 맛있잖아!


20130520 (월)

한국 영화를 한 편씩 보고 있다. 엊그제와 어젠 《꽃피는 봄이오면》과 《안녕, UFO》를 봤다. 오늘은 《태양은 없다》를 봐야지.


20130520 (월)

“엄마, 나 사랑해?” “미친놈. 현우야. 무슨 일 있니?” “엄마…. 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뭘.” “그냥 뭐든지.” “넌 지금이 처음이야. 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 《꽃피는 봄이 오면》


20130520 (월)

우리는 말 없이 각자 다른 방에 들어갔다. 모퉁이에 웅크린 채, 네 웃음소리가 들리면 따라 웃었다. 하지만 내가 울 때 옆방엔 침묵뿐이었다. _침대 밑에서 나온 메모.


20130520 (월)

집주인 아저씨 대박. 이삿짐을 옮기고 있는데 아저씨 혼자 집 안을 요리조리 돌아다니다 떨어져 있는 동전을 한참 보신다. 그러다 “이사할 때 나온 돈은 주운 사람이 임자지?”라며 자기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한 이천 원쯤 챙기곤 행복한 얼굴로 가셨다.


20130520 (월)

헐. 집주인 아저씨, 이젠 가스 밸브도 챙기셔….


20130520 (월)

살다 살다 이렇게 힘든 이사는 처음이야. 17일부터 20일까지 4일이나 걸리다니!


20130522 (수)

첫 란도를 받았다.


20130522 (수)

산울림의 노래를 들으며 집 정리를 하고 있다. 곧 송골매의 앨범이 재생된다. 모두 솔직하던 시대.


20130522 (수)

오늘 할 일을 적어두자. 전입신고, 확정일자, 은행카드 갱신, 쓰레기 배출, 빨래(세탁기 설치), 젯소·페인트 주문, 발제 준비. 그리고 부모님께 전화 한 통.


20130522 (수)

이삿짐을 정리하다 자꾸 멈칫한다. 이 코끼리 뼈 목걸이가 아직도 나를 따라다니다니. 2004년, 대산대학문학상 시부문에 당선된 서덕민이가 해외문학기행을 가서 사 온 이 코끼리 뼈 목걸이가.


20130522 (수)

흑석동 주민센터. 전입신고 하고 확정일자를 받으려는데, 임대차 계약서에 임대인 주민등록번호가 잘못 기재되어 있다. 아오. 이러라고 부동산중개비를 준 게 아닐 텐데?


20130522 (수)

아. 오늘부터 축제구나.


20130522 (수)

세계 전자책 3위 ‘코보’, 한국 진출 초읽기!? 제발 좀 들어와라….

http://m.etnews.com/news/contents/2769537_4437.html


20130522 (수)

전자책 코보(kobo)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나의 어화둥둥 코보 글로(kobo glo) 사진 투척.


20130522 (수)

란도, 네게 벌써 흥미를 잃었어.


20130522 (수)

머털도사를 꾸준히 보면 만병이 낫는다. 진짜.


20130523 (목)

출발한 기차를 세우는 기적! 아줌마, 아무리 그래도 사고라도 난 듯 역무원에게 수신호를 보내 열차 잡는 건 너무하잖아요. 게다가 열차 섰다고 신이 났어….


20130523 (목)

낮. 10시32분. 용산역. 엄빠를 기다리다.


20130523 (목)

「미치광이의 심판자 모생물」이며, “후훗… 사랑? 훗… 필요없어….”라는 말을 사용하고, 적월의 단도를 사용합니다.


20130524 (금)

엘지 유플러스 조카 신발 개나리 색깔! 제멋대로 3년 약정을 또 먹여? 약정 끝나서 해지하려니까 위약금을 내놓으라네. 무약정이랑 같은 요금에 10원 한 푼 받은 게 없는데 약정을 왜 하겠냐. 얼빠진 엘지 유플러스.


20130524 (금)

누구의 장식용 머리에서 나온 문구일까. 암을 나누라는 중앙대학교 흡연구역 현수막. 갑갑하다, 정말…. “이곳은 교내 발암구역입니다” “Share Cancer Here”


20130524 (금)

엄청난 떼창소리가 들린다. 왔구나, 시크릿! 나도 구경하러 갈 걸 그랬나….


20130525 (토)

“이불 버리는 방법”을 검색하다가 짜증이 밀려왔다. 신뢰할 만한 정보가 너무 없다. 청소과에서도 방법을 못 찾았다. 그냥 대용량 쓰레기봉투에 다 쑤셔 넣어 버려야겠다.


20130525 (토)

그나저나 오란씨를 냉장고에 안 넣고 잠들다니. 멍청이. 파인애플 맛을 뭐로 보는 거야!


20130525 (토)

라면볶이 한 입 하고 학교 가야지. 룰루루룰루.


20130526 (일)

아직도 숙제를 한다. 잘못 살았다.


20130527 (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골목 구석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아주 먼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런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20130527 (월)

슈슈슈슈~


20130527 (월)

비님 오시니 감자전 한 입.


20130528 (화)

수업시간에 낙서 좀 해보겠다고 (깜찍하게) 준비한 9B 연필과 지우개. 이제 학교 가야지~


20130528 (화)

잠시만 땡땡이.


20130529 (수)

그냥, 네 이름이 그리울 때도 많았다.


20130529 (수)

『세상의 마지막 밤』(로랑 고데, 민음사)을 읽고 싶다. 구글 플레이북에서 구매해서….


20130529 (수)

스타트렉 다크니스(3D ATMOS) 예매 완료! 씬나고 슬프다. 영화표 두 장에 3만2천 원이라니. 껄껄껄.


20130529 (수)

비 끝남.


20130529 (수)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으면 도서관 책에 밑줄 긋지 마세요. 재밌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고.


20130529 (수)

중앙대학교 대학원 제34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뭐 하러 만들었니? 아맞다. 선거공약이 다 그런 거였지.


20130529 (수)

그러나 삶이란 믿을 수 없는 농담이었다. ― 백년보다 긴 하루(친기즈 아이뜨마또프/열린책들) 44쪽.


20130530 (목)

윈도우에 한글 맞춤법 검사 데이터(spellcheck-ko)를 적용할 방법이 정말 없단 말인가.


20130530 (목)

고요 속에서만 깨어난다.


20130531 (금)

누군가는 곁을 내어주고, 누군가는 편히 머무르고.


20130531 (금)

나를 편 들 수 없던 밤이 또 한차례 지나갔다.


20130531 (금)

오규원 봇은 당장 분발하라.


20130531 (금)

금방울빵. 은방울빵.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파편, 2011년 07월

20110701 (금) 알이즈웰, RT @vriole 알이즈웰 20110707 (목) 내 청춘의 가장자리. 그러나 아름다웠다. 20110712 (화) 누군가 내 이름을…

이제 그리움과 돌아눕는다

지난해 1월 24일의 일이다. 나는 노트북을 수리하기 위해 후지쯔 서비스센터 용산지점을 찾았다. 이제 대학교를 갓 졸업했을 듯한 여성…

대학로 동백꽃

마로니에 공원 앞에 한 늙은 노숙자가 앉아 있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다른 한다리는 쭉 뻗은 채 고개를 떨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