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요즘 남들 다 하는 ‘나의 뇌 구조’. 유치한 놀이지만 한낱 유행을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는 것은 각자 몫이다. 사소한 일일지라도 진정성을 담아 응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자.

나는 이렇다. 숨 돌릴 틈 없이 마구 달려드는 공과금 걱정으로 아홉 시간 밖에 못 잔다. 즐겨 씻지도 않고 캄캄한 방에 앉아 컴퓨터만 만지작거리는데도 생존은 값비싸다. 그렇다고 균형 잡힌 식사나 운동을 통해 건강을 단속 중인 것도 아니다. 이번 달은 생존비 러시를 또 어떻게 막아야 할까. 손가락으로 무너지는 댐을 막아낸 네덜란드 소년 한스가 된 것 같다. 구멍 안에 진작 머리도 밀어 넣었으니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헛소리뿐인 일기로 대충 눈치챘겠지만, 새벽에 마쳐야 할 일이 한가득이고 하기 싫어서 죽을 지경이다. 나의 ‘일 거부 핵’이 점점 비대해지고 있다. 상설 기구인 ‘인터넷 중독 (촉진) 센터’에서 온갖 흥미로운 웹페이지 주소를 발송한다. 수취 거부는 불가능하다. 책·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을 아우르는 ‘신작 감지 촉수’가 쉴 새 없이 찌르르 떤다. 세계가 완벽한 고문 기계 같다. 내 비명이 들리면 제발 구해줘.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싸움의 기술, 신한솔 감독, 2006

만인에 대한 수컷의 투쟁 싸움의 기술(The Art of Fighting, 2006) 신한솔 감독, 백윤식(오판수)·재희(송병태)·김용수(병호)·최여진(영애)·박원상(안계장) 출연 소년이 남자로 성장하기까지 배워야…

지루하지 않은 강도·강간범

강도·강간범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광대뼈가 살짝 돌출되어 각이 선명한 얼굴 윤곽. 앞 머리카락이 눈썹까지 내려온 상고형 머리. 약간…

금강산 특산물은 무엇입니까

어머니 소식을 한동안 전하지 않았더니 집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잖아도 하려던 참이었다. 어머니께서는 왜 이다지도 연락을 안 하느냐, 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