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남들 다 하는 ‘나의 뇌 구조’. 유치한 놀이지만 한낱 유행을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는 것은 각자 몫이다. 사소한 일일지라도 진정성을 담아 응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자.
나는 이렇다. 숨 돌릴 틈 없이 마구 달려드는 공과금 걱정으로 아홉 시간 밖에 못 잔다. 즐겨 씻지도 않고 캄캄한 방에 앉아 컴퓨터만 만지작거리는데도 생존은 값비싸다. 그렇다고 균형 잡힌 식사나 운동을 통해 건강을 단속 중인 것도 아니다. 이번 달은 생존비 러시를 또 어떻게 막아야 할까. 손가락으로 무너지는 댐을 막아낸 네덜란드 소년 한스가 된 것 같다. 구멍 안에 진작 머리도 밀어 넣었으니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헛소리뿐인 일기로 대충 눈치챘겠지만, 새벽에 마쳐야 할 일이 한가득이고 하기 싫어서 죽을 지경이다. 나의 ‘일 거부 핵’이 점점 비대해지고 있다. 상설 기구인 ‘인터넷 중독 (촉진) 센터’에서 온갖 흥미로운 웹페이지 주소를 발송한다. 수취 거부는 불가능하다. 책·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을 아우르는 ‘신작 감지 촉수’가 쉴 새 없이 찌르르 떤다. 세계가 완벽한 고문 기계 같다. 내 비명이 들리면 제발 구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