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도 이제 늙었구나.
신 형이 말했다. 학교 앞의 작은 식당 문을 밀고 들어가 의자에 궁둥이를 대기도 전이었다.
― 무슨 소릴. 형, 나는 아직이지.
― 웃기지 마, 인마.
우리는 제육볶음과 생선구이 정식과 꽁치구이를 주문했다. 그리고 등 뒤로 멀어져 간 시간을 쫒아 가며 이야기했다. 가끔 시선을 끄는 뉴스가 텔레비전에 나오면 잠깐씩 말을 얹었다. 몇 해 전과 확실히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나를 괴롭히는 건 그대로였다.
― 형들이랑 다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이거 왜 이래.
― 엇쭈. 니가 100살을 먹어 봐라. 그럼 난 101살이야.
앞자리에 마주 앉아 수저를 먼저 내려놓은 오 형이 비웃으며 말했다.
― 한 공기 더?
― 안 해.
― 밥을 한 공기밖에 안 먹는 걸 보니 맞네. 형이 더 늙은 거 해.
그동안 세월에 목줄이 채워져 끌려가느라 알아채지 못했다. 나는 스물다섯 신 형과 스물하나 오 형을 기억한다. 우리는 종종 신 형을 아저씨라고 놀렸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인생 최고조의 청년이었다. 그리고 스물하나의 오 형은 신세계의 친절한 안내인이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지금도 다르지 않다. 신 형은 청년이고 오 형은 친절하고 나는 까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