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향방작계 훈련과 용팔이

여기에도 내 절박한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있을 거다. 국민이 의무를 다하는 일은 사회 구성원의 협조가 필수이니 이해 바란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동사무소 → 지하 주차장 → 한강 둔치 → 동사무소 3층 → 집결지(인근 공원) → 동사무소 옥상 → 지하 주차장 → 집결지를 오가느라 정말 미쳐 버리는 줄 알았다. 특히, 동사무소 옥상에서는 네 가지 교육(제독킷·방독면·구급법·붕대법)을 진행했는데, 면 티셔츠 위에 군복을 입고 야전 상의까지 걸쳤음에도 피가 꽁꽁 얼어 슬러시가 됐다.

그래도 예측 가능한 고난이었기에 전날 미리 담배 한 갑을 사 뒀다. 팔리아멘트 원(Parliament One)은 상당히 맛 좋은 담배지만 교육 다섯 시간 만에 다 피워 버렸다. 소집 대상자를 필두로 동대장, 조교, 예비군까지 모두 힘겨운 시간이므로 휴식 시간은 넘쳐 났다. 낯선 사람들 틈에서 M16 소총을 어깨에 메고 할 수 있는 일은 손가락에 담배를 끼워 뻐끔거리는 것뿐이었다. 다른 놀이거리라 봐야 조교를 놀리는 일이 전부다. 이등병의 제대 날짜 셈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고향, 학교, 애인 같은 걸 묻고 말꼬리를 잡아 한마음으로 놀렸다.

휴식 시간에 어느 대구 청년이 찐득한 사투리로 자신의 직장이 용산전자상가라고 밝혔다. 그러자 제대 14일 남았다는 조교가 최신 휴대폰 가격을 물었다. 대구 청년은 나진상가에서 컴퓨터 부품만 취급한다고 답했다. 아쉬운 침묵. 그 순간 곳곳에 숨은 전자 상가 직원들이 정체를 밝히며 등장하기 시작했다. 선인·나진·터미널·전자랜드의 직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원효2동대의 급조된 전우애와 비교할 수 없는 동질감을 드러냈다. 아저씨는 몇 동에 있어요? 몇 호요? 저는 바로 맞은편이에요. 나는 당혹스러웠다. 평소 사기꾼으로 생각했던 ‘용팔이’가 이웃의 얼굴로 옆에 있다니. 이 중 한명이 “나는 위장간첩입니다”라고 자진 신고를 한 것보다 더 놀라웠다. 그런데 용산에는 일자리가 전자 상가 밖에 없는 걸까.

대구 청년의 말에 따르면, 용산전자상가에서 일하는 사람 대부분의 고향은 전라도라 한다. 용산전자상가 직원의 출신지를 통계 내본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리퍼러(Referer) 통계

사람들은 이곳에 어떤 길을 따라 흘러 들어올까. 혹은 어떤 이유로 찾을까. 오랜만에 리퍼러 통계를 확인해봤다.

최근 검색 키워드 목록에는 ‘김종광’, ‘The cat house’, ‘김승옥 역사’, ‘라미’, ‘터키옥색 잉크’, ‘박찬욱’, ‘금강산관광 위험하지 않나’ 등이 있었다. 내가 이러한 키워드로 글을 쓴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들이 찾고자 했던 것은 아닐 거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낯 뜨겁고 당혹스러운 키워드도 있다. ‘여자들몰래엉덩이만지는이야기’, ‘레지동영상’, ‘잔인한 사진’, ‘여자 몸 사진’과 같은 것. 그들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키워드만으로 충동과 판타지와 범죄를 재단할 수 없다. 무언가를 찾는 행위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방향의 끝에는 윤리적 모색이 맺혀있을지 모른다. 그게 아니더라도, 검색결과에 내 글이 끼어있어서 미안한 마음이다. 나는 앞으로도 이런 글을 쓸 생각이 없다. 여자들 몰래 내 엉덩이 (불가피하게) 만져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당연히 ‘여자 몸 사진’도 없다. 내 몸에 특별한 자랑거리가 생긴다면 한번 벗어볼 생각도 있다. 이대로 퇴화를 거듭한다면 ‘특별함’의 영역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아무튼 여러 경로로 내 벼랑 끝에 잠시 머물러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진심이다.


벤츠

메르세데츠 벤츠(Mercedes-Benz)에서 ‘Mercedes-Benz Mixed Tape’을 배포한다. 총 15곡을 192kbps로 인코딩한 mp3 파일로 제공하는데, 러닝 타임은 총 70분 21초이며 용량이 95.5MB나 된다. 친절하게 커버 프린팅까지 가능하다. 차가 있다면 CD로 만들어 드라이브를 나가도 괜찮겠다. 외톨이가 골방에 앉아 들어도 신이 나더라.

http://www.mixed-tape.com


한국영화 변천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재미있는 자료를 공개했다. <한국 영화 변천사>라는 제목을 달아 놨지만, 시대별 특징과 한국 영화사의 흥미로운 사건을 잘 정리해 놓았다. 모두 서른세 개의 텍스트다. 흥미로운 여행이 될 거라고 확신하다. 입맛을 돋우기 위해 일부 텍스트를 요약하다가 관뒀다. 짧은 글이니 그냥 읽어보자.

http://www.koreafilm.or.kr/study/korean_cinema_02.asp


대전 지하철의 벨

대전 지하철에는 버스처럼 벨이 있다,라고 현직 대전 거주자 최애란 씨가 말했다. 그 벨은 출입문과 좌석 위에 붙어 있으며 사용 방법은 기존과 동일하다고 한다. 그녀는 대전 지하철에서는 반드시 내리기 전에 미리 벨을 누르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타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지하철 벨’에 관해 알지 못해서 하차역이 멀어지는 걸 보며 발을 동동 구른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안타까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거짓말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문학은 힘이 세다

참글이네 네이버에서 메일이 왔다. W대학교 M학과의 홈페이지 참글쩜넷(http://chamgle.net)이 연결되지 않으니 사이트를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몸에 스민 귀찮음이 빠져나가지…

한나라당은 이슈 메이커

박근혜 역사의 흐름이 답답했을 것이다.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힘은 한 표뿐인 투표권뿐인데, 이마저도 사표(死票)가 될 것임을 깨닫고…

인물열전, 진보라·이은주·정한아

진보라 며칠 전 KBS 『인간극장』 – 「그녀를 보라」 편(2월 27일~3월 3일)을 흥미롭게 봤다. 주인공 진보라는 18살 재즈 피아니스트다.…

롱기스트 야드, 피터 시걸 감독, 2005

어떻게든 승리하라 ― 리오두로커(Leo Durocher, 다저스 매니저) 롱기스트 야드(The Longest Yard, 2005)(‘알라딘’에서 정보보기) 피터 시걸 감독, 아담 샌들러(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