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탄생-성장-죽음

생산-유통-소비

물질-자연-사람


세 고리가 상징하는 바를 짊어지고 소멸한 지구인류의 문명 사이를 계속 걸었다. 비록 복각본이라지만 그들의 유물은 기괴하고 쓸쓸했다. 두 명의 소멸학자 뒤를 쫓아서 낯설게 놓인 사물을 이계인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그 쓰임에 관해 엉뚱한 추정을 반복하다가 처음 들어왔던 문을 다시 통과하면 현 세계가 볼품 없이 여겨진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아들이 철들면 아버지는…

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지역신문 부고란을 봤다. 나는 죽은 사람들의 향년을 꼼꼼하게 살폈다. 아버지는 친척과 이웃의 부음을 기억나는 대로…

파편, 2017년 12월

20171209 (토) 어머니께서 ‘누룽지 제조기’를 사달라고 전화하셨다. 뭐 사달라는 말은 오랫동안 내 것이었는데, 친구 집에서 맛본 누룽지가 ‘존맛’이셨던…

너는 맹추처럼

뒷방에 가만히 혼자 누워 어슬어슬한 너를 어루더듬는다. 너는 맹추처럼 자꾸 웃어준다. 다디달다. 어딘가에 있을 진짜 너에게 공연히 죄스럽다.

김치통 수족관

어머니가 금붕어 네 마리를 집에 들였다. 강아지를 곧잘 얻어오던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다른 생명을 돌보는 수고에 인색한 분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