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은 꼭 잊겠어요.

두 시간이나 일찍 안성에 도착했다. 연못에서 고니 두 마리가 다리 하나로 서서 졸고 있었다. 그다지 물에 들어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 지긋지긋하다는 얼굴을 가끔 깃털 사이에서 꺼내곤 했다. 네가 아니더라도 가을에는 기분 좋은 것들이 가득 널려있다. 그래서 가을에라도 너를 안 본 셈 친다. 진작 보냈어야 할 게 이제 조금 멀어지는구나 한다. 너는 이 가을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구나 한다.

점심을 먹으러 제6식당에 갔다. 고추장제육덮밥을 먹었다. 간장제육덮밥은 바로 앞 테이블까지 주문을 받고 재료가 떨어졌다. 나는 어차피 두 메뉴 중 하나밖에 먹을 수 없으니 상관 없지만, 작은 불행도 작은 행운도 그리 달갑지 않다. 그래봐야 잊어버리기에 힘만 들지.

파편, 2019년 09월.

20190902(월)
대략 십여 년 전의 낙서 발견. 여전히 혼자 남아있다.

20190902(월)
낯설다. 반 친구들한테 따돌림당하면 어떡하지.

20190903(화)
두 시간 반이나 일찍 가서 온갖 곳을 둘러봤다. 이제 시작인데 이별하는 마음으로.

20190907(토)
무서운 것 투성이다. 예보 없이 찾아오는, 어느 행복했던 날 같은 것. 이 사나운 풍림을 매미는 어떻게 견딜까.

20190911(수)
앞으로도 많이 살아야 할 텐데 별로 자신이 없다. 어제도 잃어버린 것을 찾아다니다 발만 젖어 돌아왔다. 하루하루 넘다 보면 희미해질까.

20190914(토)
모보풀! 침 바르지 말라고!

20190915(일)
김동민 기자님이 찍어주신, 2년 전 사람.

20190919(목)
내가 던지고 내가 받는 공놀이를 한다. “잘 좀 던져!” “그걸 왜 못 받아?” “난 여기 있잖아.” “그래, 넌 저기 있어야 했지만.” “저기 있어야 할 땐 네가 저기에서 공을 던지고 싶을 때뿐이야.” “공의 의지였어.” “맞아, 공이라고 네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리 없지.” 이렇게 절교를 했고 더 심심해졌다는 내 슬픈 이야기.

20190920(금)
덩굴이 있어도 갈 곳 모르는 나팔꽃에 슬퍼하다가 버스를 놓칠 뻔했다. 우리 모두는 마음이 있어도 줄 곳을 모르고.

20190924(화)
어제는 밥을 한 끼도 못 먹었네. 내일 저녁에는 꼭 먹을 작정.

20190924(화)
힝구. 프린터 잉크 쏟았네. ( ˊ(❢)ˋ )

20190924(화)
안성 왜 왔냥? ᕕ( ᐛ )ᕗ +제보에 따르면 이름이 “구르미”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