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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 2018년 04월.

20180401 (일) 뭐든 견뎌볼 만한 계절이 됐습니다.


20180402 (월) 인스타그램… 게시물 다섯 개마다 광고 하나씩 끼워 넣는 건 너무하지. 마크 저커버그 씨랑은 역시 안 맞아.
20180407 (토) 온종일 자고 일어나 넘치는 기운을 온라인 쇼핑에 쏟는다. 35mm F1.2 렌즈, 철제 렌즈 후드 5개(43~58mm), 이북리더기용 울 파우치 2개, 전자담배 액상 600mL, 맨투맨 티셔츠. 그러고도 또 쇼핑몰을 기웃거린다. 하루를 허투루 보내면 꼭 이런다.
20180410 (화) 계절은 마주 오지 않고 앞질러 간다. 저만치 내달리는 봄의 꽁무니를 보니 주저앉고 싶어지네.

20180410 (화) 손톱을 깎고 누우려 했는데.
20180411 (수) 난 왜 다 웃기거나 씁쓸할 뿐이지? 마지막으로 화가 난 게 11년 전인 거 같다. 화가 나지 않는 병도 있나요?
20180411 (수) 크레마 익스퍼트가 곧 나온다고? 보위에 라이크북 에어(Boyue likebook air) 주문하려고 중국 직구 사이트 회원가입했는데…. 휴, 인생은 갈등뿐이구나.
20180416 (월) 일주일에 사흘쯤은 등을 켠 채로 잠든다. 정신이 돌아오면 낮인지 밤인지 블라인드 틈을 흘겨본다. 낮이라도 밤이라도 어차피 마찬가지다. 다행스러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다. 잘 참기만 하면 된다. 하루만.
20180421 (토) 내 친구는 지금, 게임에서 맨날 기사만 키웠는데(생계형 게이머 경력 12년) 결국 운전기사가 됐다며 울부짖고 있다.
20180421 (토) 내 친구는 지금, 앤씨아(NC.A)를 영업 중이시다. 이건 들어봤을 거야, 라며 자꾸 뭘 틀어주는데 정말 다 처음 듣는 노래다. 그만 자고 싶은데 유니티(UNI.T)라는 걸 검색하고 있다. 이제 알겠어… 제발 그만해….
20180422 (일) 어머니는 전화를 걸 적마다 물으신다. 괜찮겠지? 나도 깊은 곳에서 똑같은 질문을 하며 대답한다. 당연히 괜찮죠.
20180427 (금) 우리는 한자리에 모여 각자 이룬 것과 이룰 것에 관해 얘기했다. 사람들은 작은 실패와 작은 성공에서 배운 확실한 계획도 슬그머니 털어놓았다.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내내 부끄러움을 느꼈다. 평화나 종전을 실없이 입에 담을 만큼.
20180427 (금) 나만 꿈 없어.
20180427 (금) L이 ‘꼬꼬 간편 계란찜기’를 줬다. 그전에 전화로 “삶은 계란 먹어?”라고 묻길래 “주로 구운 계란 먹는데?”라고 답했었다. 오후 늦게 나온 L은 “뭘 샀는데 1+1이라서…”라며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상자 윗면에 인쇄된 닭을 보고 웃음이 났는데, 상자가 내 품으로 올 때부터 쭉 웃고 있었던 것도 같다.

20180427 (금) ① 물을 선까지 붓는다. ② 계란을 한 알에서 네 알까지 넣는다. ③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린다. 반숙은 5분, 완숙은 7분가량. ④ 맛소금을 콕콕 찍어서 먹는다! 끝. 이 간단한 걸… 제대로 못 해서… 30초 만에 폭발했다. 물을 꼭 넣어야 한다고 미리 당부 좀 해주지…. 꼬꼬야, 미안해.
20180428 (토) 오랜만에 신기술 배웠다. 새벽밥 지어먹고 나와서 이제서야 돌아간다. 참말로 힘들다. 지하 카페에 갇혀있다가 여섯 시간 만에 풀려나니 세상 너무 아름덥네요(아름답다+덥다).

파편, 2018년 03월.

20180303 (토) 오늘부터 여름에 관해 얘기할 거야.
20180314 (수) 골목에서 초등학생(4학년쯤?) 다섯 명이 째리는데 자동으로 눈 깔았어. 뭔가 분한데도 “후후, 귀엽네”라고 혼잣말까지 해버렸어. 앞머리에 구루뽕 한 여자아이가 제일 무섭더라.
20180317 (토) 어머니께서 친구들과 제주도에 가셨다. 나는 노시는 데 방해가 될까 봐 언제쯤 연락해야 좋을지 재기만 했다. 그 사이 누이에게 메시지가 왔다. 엄마가 자꾸 전화하랬다고. 자꾸 뭘 궁금해하랬다고. 자식의 잦은 연락마저 자랑거리인 어머니의 세계.

파편, 2018년 02월.

20180203 (토) H의 결혼식에 못 갔다. 어제 사 온 냉이와 두부를 넣고 찌개를 끓인다. 약 한 봉지를 눈에 띄는 곳으로 옮기면서 남은 걸 센다. 내가 바란 건 행복이 아니라지만 너무 먼 데 누워있다.
20180206 (화) 대학병원까지 와버렸다. 의사 선생님은 베드에 올라가 누워보라고 하셨다. 나는 몸을 뉘고 니트셔츠를 걷어 올리고 허리띠를 풀고 단추를 풀었다. 차근차근 순서대로. 의사 선생님은 뭘 적다 말고 살짝 큰 소리를 냈다. 안 그러셔도 돼요. 바지 단추를 다시 채우면서 어쩐지 서러웠네.
20180211 (일) OLYMPUS OM ZUIKO MC AUTO-W 35mm F2 렌즈를 팔았다. 방학 동안에 가고 싶은 곳이 많았는데. 담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20180211 (일) 매일 두 시간씩 언 강 소리를 들으러 나간다. 가리가리 깨진 얼음이 드센 물숨에 출렁이며 환한 소리를 낸다. 물거품도 소리가 벌어진 곳에서 기척한다. 봄이 오면 다 떠날 것들.

20180214 (수) 장염에 위액 분비 자극제를, 위염에 위산 분비 억제제와 제산제를 각각 처방받았다. 이것이 내 몸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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