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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 2018년 01월.

20180101 (월) K의 고양이 두부에게 림프종에 생겼다. 그에게 책 『마음의 준비는 어떻게 하는 걸까』(부크크, 2017)를 보내주고 싶었는데 절판이다. 부크크 사이트에서도 책을 내려버렸는지 검색조차 안 된다. 정말이지 마음의 준비는 어떻게 하는 걸까.
20180101 (월) 12월 31일에는 다 끓인 우럭 서더리탕을 그냥 버렸다. 대신 라면을 끓여 먹고 누웠다. 잊을 만하면 새해 인사 메시지가 왔다. 해마다 답을 했는데도 실력이 영 늘지 않는다. 친구 하나는 해가 뜨는 바닷가에 있다고 했다. 나는 그곳에 가는 생각을 하다가 그만 슬퍼져 버렸다.
20180106 (토) 알약을 삼키고 부작용을 기다리는 시간, 으 너무 떨려.
20180106 (토) 아 펜팔 하고 싶다.
20180107 (월) 빌려주고 받지 못한 책은 불시에 툭 실감있는 소리로 툭 떠오른다. 아베 고보의 소설 『상자인간』(문예출판사)은 K가 두 아이를 낳기 전에 집어갔다.
20180110 (수) 택시기사님은 어디요? 라고 물었다. 나는 기차역이요, 기차역이요, 라고 두 번 대답했다. 기사님은 더 묻지 않고 조용히 출발했다. 라디오에서는 정시 뉴스가 곧 시작될 거라고 제법 진지하게 알려왔다. 나는 갑자기 풋 하고 웃음이 났다. 예고는 대체로 그 의도가 투명해서 나를 웃기곤 한다.
20180110 (수) 열차에 올랐다. 개표 시작 전이라서 5호 차는 비어있었다. 나는 속으로 ‘아싸 일빠’라고 외치며 좌석에 앉았다. 그때 앞칸에서 남자 하나가 달려 나와 열차에서 뛰어내렸다. 왜지? 이거 마동석이 탄 부산행 열차인가? 남자는 열차에 붙은 목적지만 확인하고 멋쩍게 다시 탔다. 혼자라서 무서웠나 보다.
20180110 (수) 개표가 시작됐는지 승객이 몰려왔다. 30번 좌석은 안락했다. 나는 주섬주섬 짐을 얹고 주섬주섬 옷을 벗고 주섬주섬 책을 꺼냈다. 그리고 이어폰의 폼팁을 구겼다. 어디선가 귀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헛, 바로 옆줄에 조카1호가 있었다. 남친도 함께. 나는 너희 아빠한테 이를 거라고 협박했다.
20180122 (월) 한 2년만인가, 오래 알고 지낸 선생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당연히 반갑게 받았다. 근황을 묻고 전하며 한참 얘기했는데 어디서 길을 잘못 들었는지 싼값에 나온 평택 땅 경매 얘기를 듣고 있었다. 여윳돈이 없다고 하니 대출받아 입찰금부터 넣으라는 선생님. 나도 억대 재산가가 되라는 선생님.
20180123 (화) 여덟 시간 동안 꺼지지 않는 벽난로 영상(UHD).
https://www.youtube.com/watch?v=AWKzr6n0ea0
20180125 (목) 하루는 좋고 하루는 좋지 않다.
20180129 (월) 어떤 글에도 쓰고 싶지 않지만, ‘다시 말하여’를 뜻하는 부사 ‘즉(卽)’의 앞이나 뒤에 쉼표 넣는 자리가 딱 정해지면 좋겠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홀연 사라지기도 하는 거 너무 싫다.
20180129 (월) 의사 선생님은 내가 장염에 걸렸다는데 경험이 없다 보니 이렇게 오래 아픈 게 진짜 본연의 장염인지 잘 모르겠다. 햄버거 먹고 싶다. 기름진 음식 먹고 싶고 아니 그냥 뜨거운 식용유라도 마시고 싶다.
20180131 (수) 마음이 자꾸 넘어져서 뒷산에 다녀왔다. 걸을수록 다 멀어지는데 내 마음은 왜 아직 이만큼 가깝냐.

파편, 2017년 12월.

20171209 (토) 어머니께서 ‘누룽지 제조기’를 사달라고 전화하셨다. 뭐 사달라는 말은 오랫동안 내 것이었는데, 친구 집에서 맛본 누룽지가 ‘존맛’이셨던 모양이다. 인터넷으로 주문하지 않으면 구입할 방법이 없어서 내게 말씀하셨겠지만, 앞으로도 뭐든 자주 사달라고 하셨으면.
20171216 (토) 바깥은 겨울. 집에 갇혔다. 몇 날 시시한 놀이에 열중하다가 문서편집기를 켰다.
20171221 (목) 사흘 꼬박 지인의 박사학위 논문을 교정해주었다. 조만간 밥을 먹자고 한다. 나는 혼자서도 밥 잘 먹는데. 어째서인지 글을 읽어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 호기심에 선뜻 알겠다 말하지만, 그런 글들은 대체로 재미없다.
20171221 (목) 크레마 10.3인치가 출시된다고? 와콤 스타일러스 펜까지….
20171224 (일) 멀다 멀어. 이부자리에서 책상까지.

20171231 (일) 우리 집 밖에도 사람이 살까?

파편, 2017년 11월.

20171108 (수) 지구는 괜히 커다래서, 너와 나는 서로가 있는 줄도 없는 줄도 모르고 물집처럼 잠깐 불룩하게 살다가 혼자 어리둥절 죽어버리겠네.
20171109 (목) 오늘의 쇼핑. 옴론 마우스 스위치 차이나(OMRON D2FC-F-7N)를 20개 주문했다. 가격은 $1.95. 내구성은 ‘클릭 500만 번 보장’이지만(20M은 2000만 번 보장), 압력이 낮아 덜 피로하고 조용하다. 앞으로 십 년 동안은 마우스 걱정 없을 듯.

20171110 (금) 기형도 문학관이 개관했구나. 경기 광명시 소하동. 가야겠다.
20171115 (수) 전철에서 포항 지진 관련 긴급 재난 문자를 수신하고 무시하듯 알림창을 닫았는데, 곧장 백여 명의 승객 전화기에서 버저 소리가 터졌다. 걱정보다는 불안이 앞에 나섰다.
20171119 (일) 으헝헝. 밥 안쳤는데 보온 재가열을 눌렀어. 겉은 마구 멀겋고 속은 껄껄해. 얼른 먹고 나가야 하는데… 눙물.
20171121 (화) 이 시간까지 일 한 거 실화다. 좀 지쳤다. 하지만 일 할 때만큼은 근심의 매듭을 끄르기 위해 용쓸 겨를이 없어서 좋다. 이제는 나도 야근을 참 잘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출근할 직장이 없네.
20171122 (수) 귀갓길에 개를 만났다. ‘나를 보고 짖었다’라는 말로는 그 개의 적의를 조금도 표현할 수가 없다. 그 개가 만약 나를 물어 죽이기로 결정했다면, 그렇게 됐을 것이다. 나는 우회할 수 없는 골목 초입에서 무력하게 서 있는 일 말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20171129 (수) 일을 간신히 치우고 잔다. 깨어나면 또 쌓여있다. 점점 나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