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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 2017년 11월.

20171108 (수) 지구는 괜히 커다래서, 너와 나는 서로가 있는 줄도 없는 줄도 모르고 물집처럼 잠깐 불룩하게 살다가 혼자 어리둥절 죽어버리겠네.
20171109 (목) 오늘의 쇼핑. 옴론 마우스 스위치 차이나(OMRON D2FC-F-7N)를 20개 주문했다. 가격은 $1.95. 내구성은 ‘클릭 500만 번 보장’이지만(20M은 2000만 번 보장), 압력이 낮아 덜 피로하고 조용하다. 앞으로 십 년 동안은 마우스 걱정 없을 듯.

20171110 (금) 기형도 문학관이 개관했구나. 경기 광명시 소하동. 가야겠다.
20171115 (수) 전철에서 포항 지진 관련 긴급 재난 문자를 수신하고 무시하듯 알림창을 닫았는데, 곧장 백여 명의 승객 전화기에서 버저 소리가 터졌다. 걱정보다는 불안이 앞에 나섰다.
20171119 (일) 으헝헝. 밥 안쳤는데 보온 재가열을 눌렀어. 겉은 마구 멀겋고 속은 껄껄해. 얼른 먹고 나가야 하는데… 눙물.
20171121 (화) 이 시간까지 일 한 거 실화다. 좀 지쳤다. 하지만 일 할 때만큼은 근심의 매듭을 끄르기 위해 용쓸 겨를이 없어서 좋다. 이제는 나도 야근을 참 잘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출근할 직장이 없네.
20171122 (수) 귀갓길에 개를 만났다. ‘나를 보고 짖었다’라는 말로는 그 개의 적의를 조금도 표현할 수가 없다. 그 개가 만약 나를 물어 죽이기로 결정했다면, 그렇게 됐을 것이다. 나는 우회할 수 없는 골목 초입에서 무력하게 서 있는 일 말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20171129 (수) 일을 간신히 치우고 잔다. 깨어나면 또 쌓여있다. 점점 나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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